개봉 전부터 정치적 찬반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변호인'이 한국 영화 산업의 새 역사를 쓸 태세다. 15일까지 957만882명을 동원한 이 영화는 18일께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영화로는 9번째이며, 외화까지 포함해 10번째 1000만 영화다.
거침 없는 흥행 속도를 보여왔고, 여전히 3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5주 동안 단 하루도 박스오피스 1위를 내주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역대 흥행 1위도 노려볼 만 하다.
'변호인'은 개봉 31일 만에 1000만 돌파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보다 빠른 속도로 1000만을 넘어선 영화는 '괴물'(21일·1301만 명)과 '도둑들'(22일·1298만 명)뿐이다.
반면 역대 흥행 1위인 '아바타'(38일·1362만 명)를 비롯해 '7번방의 선물'(32일·1281만 명), '광해, 왕이 된 남자'(38일·1231만 명), '왕의 남자'(45일·1230만 명), '태극기 휘날리며'(39일·1174만 명), '해운대'(33일·1145만 명), '실미도'(58일·1108만)보다 빠른 추이를 보이고 있다.
'변호인'은 허구를 다루거나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곁들인 다른 1000만 영화와 달리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일화를 소재로 어두운 현대사를 직접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개봉 전부터 노 전 대통령 미화 논란이 일고 노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인터넷에 상당수 게재되는 등 여러 악재와 부딪혔다. 이른바 '평점 테러'와 대량 예매 취소 사태도 벌어졌다. 그러나 2~3일 만에 100만 명씩 관객을 늘여가는 폭발적인 흥행세에 논란은 잠잠해졌고, 일부 극장에서는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지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변호인'은 철도 민영화 논란, 국정원 댓글사건 등 꼬여가는 사회적 현안에 피로를 느낀 관객들에게 사회 정의와 이상을 추구하는 주인공을 내세워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 '더블천만' 송강호 막강 티켓파워
이번 영화는 주인공 송강호를 확실한 '국민배우'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설국열차'(934만 명), '관상'(913만 명)에 이어 한 해 영화 3편으로 3000만 관객 동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눈앞에 뒀다. 또 '괴물'에 이어 '더블천만 배우'라는 명예로운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변호인'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하는 퍼스트룩의 이윤정 대표는 "송강호는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맡은 배역을 날카롭고 정확하게 표현하면서도 진심 있는 연기로 다가간다"면서 "'변호인'의 흥행도 관객이 송강호의 연기에 진심으로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변호인'의 투자·배급사 NEW는 예매점유율과 좌석점유율을 감안할 때 설 연휴기간까지 흥행 동력을 이어갈 경우 역대 최고 흥행 기록 경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