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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위기다. 단순히 '유선사업 분야의 매출이 줄고 있다''미래 먹거리가 없다''시장이 포화상태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6년 미국의 통신 공룡으로 불리던 AT&T가 몰락한 것처럼, KT라는 이름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에 이어, 결정적으로 이석채 체제 4년 동안 이런 위기감을 심화시켰다.
이제 황창규 회장 체제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KT의 현재를 진단하고, 신임 CEO가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알아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위기의 KT號, 어디로 가나
② '내부 혁신'이 우선이다
③ 이런 관행 괜찮나
④ IT분야서 바라는 황창규號
"KT 회장직이나 부회장직이 정부 부처의 장·차관보다 훨씬 매력적인 자리다."
지난 KT CEO공모시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모 인사의 평가다. 이처럼 정부 부처 장·차관직은 명예직에 가깝지만, KT CEO는 실질적인 것들이 뒤따른다. 정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최소 20여억원 이상의 연봉에 3만여명의 직원을 움직일 수 있는 파워를 갖게 된다.
여기에 국회의원이나 장·차관 등 향후 또다른 행보를 모색할 수 있는 통로 역할까지, 한마디로 명예와 실리를 모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다. 특히 이석채 전 회장의 경우, 다양한 계열사를 분리시켜 소위 그룹으로서의 면모까지 갖추게 해 KT의 위상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내부사정에 정통한 ICT 분야의 인사들은 KT 회장직에 고개를 젓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써야 할지 '답이 없다'는 게 이유다. KT 부사장 출신인 윤종록 미래부 차관의 경우에도 KT 회장직 대신 지금의 자리를 찾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KT 사장 출신의 다른 인사도 "현재 KT는 너무 분열돼 있어, 이를 추스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 CEO는 이석채 전 회장이 벌여놓은 많은 일들을 문제없이 정리하는 것에만 3년이라는 임기를 다 채워야할 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만큼 KT를 정상화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사람'이다. 항간에 KT를 평할 때 '똑똑한 인재들이 신입으로 들어오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바보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ICT업계의 한 원로는 "KT가 CT분야의 창조경제를 실현할 맏형으로 다시 서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창의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새 CEO는 모든 직원들을 조화시킬 수 있는 '어머니형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임 CEO처럼 회의석상에서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도록하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이나 나만 따르라 식의 '독불장군형 리더십'은 오히려 KT를 더 망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런 차원에서 황창규 내정자의 리더십이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 지 ICT 업계는 궁금해 한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이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사례처럼 삼성의 문화를 그대로 이식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진 장관의 경우에도 삼성의 문화를 정통부에 접목시키려다 실패해 역대 최악의 정통부 장관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전직 정통부 차관 출신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과 통신서비스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제조업처럼 '100'을 투입한다고 바로 '100' 또는 그 이상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며 "제조업체의 마인드를 KT에 그대로 이식시키려 할 경우, 이는 오히려 KT를 더욱 망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