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흥국들과의 금융협력을 강화하고 시장 인프라와 위기극복 경험 등 우리가 가진 강점을 전수함으로써 자연스러운 해외진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할 때 부터 '금융한류'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로 만들겠다고 강조해 왔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 증가율은 2010년 1.6%, 2011년 6.8%, 2012년 2.5%에 불과했다. 순이자마진(NIM)의 지속적인 감소로 국내 은행의 평균 성장률 또한 금융위기 이전 1.3%에서 2010년 이후 0.8%로 하락했다.
시장은 점차 좁아지고 저금리 기조와 내수 부진 등 여러 악재가 겹쳐 금융권의 입지는 더 확대될 여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해외 시장의 진출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3분기까지 11개 국내 은행들은 33개 국가에 148개 해외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 해 동안 5개 해외영업점이 폐쇄됐지만 11개 영업점이 신설돼 전년 말인 142개 대비 총 6개의 영업점이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17개, 베트남이 16개, 홍콩이 12개점 순으로 아시아지역이 67.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의 성과는 아직까지 미미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부분 금융사들의 영업 범위가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이나 한국인들로 한정돼 있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 및 국내 금융사 해외 지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의전'이라는 비아냥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은행들의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초국적화지수(TNI)는 3.8%에 불과해 여타 선진국주요 은행들 수준의 1/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국내은행의 해외자산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 수준으로 글로벌 은행의 해외자산 비중인 30~60%에 비하면 매우 낮다.
해외 점포의 수익성 기여도 역시 0.7%에 불과하다.
금융위는 규제완화를 위해 해외 점포 설립과 영업을 위한 인수, 합병과 출자금 등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고 시장개척 기반 및 인프라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리스크 요인은 여전하다. 외국 자본에 대한 정서적 반감과 인허가의 어려움 등 수많은 변수도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은행사 개인정보 유출, 동양그룹 사태 등은 국내 금융사들의 신뢰하락이라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은 당장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는 조급함보다 장기간에 걸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일례로 지난 1992년에 베트남에 진출한 신한은행의 경우 17년의 기다림 끝에 2009년 한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현지 법인을 설립해 12만 여명의 고객을 확보한 바 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이 해외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제화 추진에 맞는 전문인력 확보와 인적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사업 위주의 조직역량 구축하는 한편 국내 규제 환경 개선 및 민간, 금융공기업의 동반진출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