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가 최근 발매한 '걸스 스타일'. 아기자기한 여성용 게임이다.
2008년 순이익 2790억엔. 2009년 순이익 4081억엔.
앞의 수치는 닌텐도 뒤는 토요타의 기록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두 회사지만 닌텐도는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이고 토요타는 글로벌 넘버원 자동자 메이커다.
두 회사의 매출은 비교가 민망할 정도로 큰 차이가 나지만 실속이라 할 수 있는 순이익은 의외로 격차가 크지 않다. 그만큼 닌텐도는 '돈 긁어 모으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해왔다.
5년이 흐른 2013년. 닌텐도는 3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당초 1000억엔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지난 18일 350억엔 적자로 예상치를 변경했다.
2년간의 불황의 늪을 탈출할 것이란 투자자의 기대를 깨버린 탓일까. 닌텐도는 20일 주가가 개장 초반 전거래일 대비 18.50%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닌텐도의 위기는 더 커질 수 있다. 콘솔 '위유'를 900만대 판매하겠다고 자신했던 닌텐도는 목표치를 30%수준인 280만대로 크게 낮췄잡았고 휴대용 게임기 3DS 판매 목표 역시 1800만대에서 1350만대로 떨어뜨렸다.
업계에서는 노키아에 이어 닌텐도마저 속된 말로 '한 방에 훅 간' 기업으로 남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다.
닌텐도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비콘솔 게임 탓이다. '위' 시리즈는 전용 콘솔에 전용 타이틀을 장착해야 즐길 수 있지만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은 PC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장소에 상관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비용도 문제다. 위는 타이틀을 포함해 40만~50만원이 들지만 온라인게임은 사실상 가정마다 비치된 PC에서 매달 2만원가량에, 모바일게임은 누구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서 적게는 1000원이면 게임을 할 수 있다.
위의 게임 라인업도 유저의 외면을 받고 있다. '수퍼 마리오' '동물의 숲'과 같은 아기자기하고 캐주얼한 게임이 많아 소비층이 제한돼있고 이탈 가능성이 크다.
캐주얼게임은 물론 총싸움게임, MORPG와 같은 하드코어물 등 다양한 장르를 확보한 MS의 엑스박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는 지난해 연말 기준 각각 300만대와 400만대가 팔려 위와는 대조를 이뤘다.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대표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자진 연봉 삭감을 한 상태다. 그는 최근 "수퍼마리오를 모바일버전으로 만드는 차원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 중"이라며 반격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