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과다 보조금 처벌이 약했던 탓일까. 새해 들어 연초부터 방통위 보조금 가이드라인인 27만원을 넘어서는 불법 보조금이 활개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12일, 18~19일 등 주말을 중심으로 1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투입됐다. 실제로 한 온라인 휴대전화 판매 사이트에선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95만4800원), 갤럭시S4 액티브(출고가 89만9800원), LG전자 Gx(출고가 89만9800원), G2(출고가 95만4800원) 등이 할부원가 0원에 판매됐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를 통해 과다 보조금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한 데 대해 SK텔레콤 560억원, KT 297억원, LG유플러스 207억원 등 총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역대 이동통신사업자에 부과된 과징금 중 최대 규모다.
다만 당초 예정대로 주도 사업자를 선별해 영업정지 처분 등을 내리지는 않았다. SK텔레콤과 KT간 벌점 차이가 크지 않아 한 곳만 주도 사업자로 선정해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는 것.
이통3사는 이 같은 결정을 비웃듯 새해 벽두부터 보조금 살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5~6일에는 번호이동건수가 5만8802건, 12~13일에는 6만6019건 등 시장 과열 기준으로 삼는 일평균 2만4000건을 훌쩍 넘어섰다. 과열기준의 3배에 달하는 인원이 주말을 기해 이동통신사를 갈아탄 셈이다.
특히 주말을 노려 온라인 휴대전화 판매사이트를 통해 '치고 빠지기 식' 보조금 살포를 막기에 방통위의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달 방통위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이용자정책국의 조사요원 숫자가 너무 적다"며 "충분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끊임없이 불편한 일이 벌어진다. 통신사들의 위법적 마케팅도 문제지만 고도화 되는 수법에 대한 전문성 등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방통위에서도 잇따른 불법 보조금에 대해 구체적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이경재 방통위원장 역시 "이 같은 불법 보조금 살포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국회 통과를 정당화하는 배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단통법에만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에서도 2월 국회에서 '단통법'이 논의될 것을 우려, 그 전에 산발성 보조금 투입으로 가입자를 최대한 뺏어오려는 전략인 것 같다"며 "방통위에서도 '단통법'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시장조사를 위한 예산과 인력 투입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