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1일 충남 서천의 AI 방역 현장을 찾아 방역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전북 정읍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의심신고가 들어온 데 이어 제주의 한 철새도래지에서 청둥오리 10여 마리가 죽은 채 발견돼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AI가 발견된 전북 부안의 오리가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지며 시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미 대형마트에서 닭과 오리의 매출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 정읍서 AI 의심신고 '긴장'
21일 오전 전북 정읍 고부면의 한 오리농장에서 AI 감염의심신고가 들어왔다. 지금까지 AI가 발병한 전북 고창·부안은 야생 가창오리떼의 월동지인 동림저수지의 서쪽이지만, 고부면은 동림저수지 북동쪽에 있다.
이는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떼가 고창·부안뿐 아니라 활동반경 전 지역에 AI 바이러스를 뿌렸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게 만든다. 가창오리는 지난해 12월부터 동림저수지와 금강호에 머물고 있으며 하루 활동반경은 30∼40㎞에 이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예찰 활동을 통해 전북 고창·부안의 발병농가 인근에서 AI 감염이 의심되는 농가 5곳을 확인했으며 이 중 한 곳은 H5N8형 AI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고병원성 H5N8형 AI에 감염된 오리농장은 4곳으로 늘었다. 농림식품부는 나머지 4농가도 AI에 감염됐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당국은 AI 발생농장과 반경 500m 이내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0만3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AI사태의 주범으로 추정되는 가창오리떼가 저수지 주변에 이미 AI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뿌렸다면 축산 농가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 부안 오리 유통 논란…매출 '뚝'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오리농가에서 공급된 오리가 나주의 한 오리도축장을 거쳐 시중에 유통됐다는 논란도 일었다.
전남도에 따르면 AI가 첫 발병된 17일 나주 도축장에서는 부안에서 들여온 오리 6240마리와 나주 등에서 들여온 1만3500마리 등 모두 1만9740마리가 뒤섞여 생체·훈제 등으로 가공됐다. 도는 21일 오전 이 도축장을 폐쇄조치했지만 이미 7400여 마리는 인근 시중 마트 등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도압장으로 반입될 때 오리가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작업을 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AI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없는 만큼 설사 유통됐다고 해도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한 시민들은 가금류 구입을 꺼리고 있다. 이마트는 AI 발병 사실이 알려진 17~19일 사흘간 닭과 오리고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2주 전에 비해 10%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에서도 17~18일 오리고기 매출이 전주대비 18.7%, 닭고기 매출은 18.7% 줄었다.
야생오리가 AI 감염원으로 지목돼 전국적인 확산 가능성이 커진 만큼 앞으로 더 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방역당국은 기존의 '포위망형' 방역체계를 재수정해 방역망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전남 순천시는 우리나라 대표 철새 도래지인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을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