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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연중기획] '다시 공정사회다'...②재계 오너의 부도덕성

수천, 수만 명의 임직원들 앞에서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회사를 진두지휘하던 유명 기업의 CEO가 어느날 갑자기 초췌한 모습으로 검찰청앞에 하차한다. 심지어 몇몇 회장님들이나 사장님들은 휠체어를 타거나 아예 중환자가 사용하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 조사를 받으러 검찰의 문턱을 넘는다.

이런 모습은 이제 너무 흔하게 봐서 새롭지도 않다. 계속되는 불법행위로 국내 굴지 기업 CEO들의 신뢰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재벌 총수는 물론,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을 상대해야 할 거대 금융사까지 CEO의 불법과 탈법은 끊이지 않는다.

이들은 왜 자꾸 법을 어기는 것일까? 재벌 총수의 범죄는 배임과 횡령, 분식회계, 정경유착에 따른 비자금 또는 불법 자금 조성과 기업승계를 위한 불법행위 등이 대부분이다.

특히 정경유착에 따른 비자금 조성 및 뇌물 공여는 대부분의 기업이 끊지 못하는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금융그룹도 마찬가지다. KB금융, 산은지주 등 금융지주사들이 회장은 대부분 정치권과 밀월관계를 맺어 왔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 등은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다.

이들의 특징은 전문 경영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 재벌 2세로 가업을 이어 받았거나, 교수나 정치인으로 있다 정권과의 유착으로 금융지주 회사에 CEO로 임명돼 전문 지식없이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탈법행위에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금전앞에 약한 정치권과 사법부의 이중 잣대도 재벌총수나 CEO들의 범죄를 멈추지 못하게 하는 이유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부분 CEO들은 수사 중이나 이후에도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탈법행위를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사법부는 재벌총수 일가의 범죄에 대한 봐주기 판결을 양산해 사법질서를 어지럽혀 왔고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해 재계 인사로는 유래가 없는 단독사면을 단행하는 등 재벌총수에게 유독 관대했다"며 "아무리 중한 범죄를 저질러도돈만 있다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그나마 있던 범죄도 없앨 수 있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밝혔다.

백성진 금융소비자협회 사무국장은 "재벌 총수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기업범죄를 일삼아도 당연히 집행유예이거나 사면을 받는 것으로 국민 대다수가 생각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며 "마치 재벌들에게는 법은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이고 현실에서도 재벌에게는 법이 통용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재벌 일가의 기업범죄는 사회적 파장이 클 뿐만 아니라 신뢰가 바탕이 되는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등 금융시장의 신뢰 훼손으로 선의의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는 너무나도 크다"며 "기업을 자신의 사유물로 생각하고 전횡하는 재벌은 오로지 자신들의 부를 위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외면하는 것은 물론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금융소비자들의 정당한 이익을 수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닷컴'의 보고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자산기준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7명이 총 22년6개월의 징역형 판결을 받았으나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집행 유예된 처벌마저도 예외 없이 사면 받았다.

우리나라 부패지수가 낮은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횡령, 배임했던 대기업 총수들을 계속 풀어주고 사면복권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재벌 총수나 CEO들의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도덕적인 소양과 함께 전문적인 경영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 됐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의 예를 들면서 "KB금융의 경우 어윤대 전 회장 때부터 도덕적인 불감증에 빠진 것 같다"며 "CEO부터 불법을 저지르고 정치권과 결탁하다 보니 직원들도 비리에 얽히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도쿄 지점의 경우도 이들이 어 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했던 것으로 본다"며 "도덕적이고 전문 경영인을 양성하고 시민단체를 포함한 감시기구가 제대로 작용해야 계속되는 CEO들의 범죄와 비리를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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