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맞이해서 스스로에게 새 옷이라도 사줄까 싶어 설연휴동안 인터넷쇼핑으로 열 시간 정도를 소모했다. 소모라고 하는 이유는 팔목과 눈이 아픈데 정작 아무런 물건도 못 샀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요새 진이 빠져있어서 그런가 싶었지만 실제 사고 싶은 것이 없었다.
마음에 좀 든다 싶으면 대개 'st.'라는 알파벳 글자가 붙어있었다. 이것은 시중에 있는 명품브랜드 제품스타일을 카피했음을 의미하는 'style'의 약자다. 소소한 디테일을 제외하곤 감쪽처럼 카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하필이면 그런 제품들에 혹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일도 유쾌하진 않았다. 그것은 마치 실제 명품을 사기에는 돈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진품을 둘러싼 중심부의 유행에는 동참하고픈 욕망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진품을 입는 이들이 내것이 짝퉁임을 알아차릴까 노심초사하는 마음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명품세계에 턱걸이하려고자 하는 무리수가 부자연스러웠다. 그러면서도 한 번 이런 것들을 본 이상 백화점 가서 제 돈 주고 옷 사입기도 망설여진다. 브랜드 마케팅 비용으로 값이 비싸게 책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왠만큼 예쁜 옷은 온라인세계에 이미 죄다 'st'딱지가 붙어 널려있기 때문이다!
돈을 차곡차곡 모아 진품을 끝내 사내는 결기도 없다. 남편이 몇 번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명품가방을 사줄까,라고 어디서 주워들은 듯한 멘트를 호탕하게 날린 적이 있었지만 거절했다. 소신보다도 비싼 가방을 들고 다녀봤자 거추장스럽고 내가 가진 옷들과 어울리지도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나에게 '명품'이 아니라 '사치품'이었기 때문이다. 타협안으로 명품아울렛이라는 수도 있지만 다 팔고 남은 '여전히 비싸고 안 예쁜' 것들에 열을 올리는 것도 허탈했다. 그럼 패스트패션은? 몇 번 입고 빨면 옷이 망가지고 디자인은 너무 유행을 타기에 끝없는 영혼없는 소비만 되풀이하게 만든다. 패션사업은 그렇게 양갈래로 기업화, 거대화되어 각자의 공식대로 사람들의 욕망을 조정하고 인터넷쇼핑몰운영자라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그 욕망을 이용한다. 그러나 모든 여자들이 반드시 닮은 방식으로 욕망하진 않는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