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종석(25)은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꿈 많은 청춘이다. 뜨고 나서 지금의 인기에 취해 어깨에 힘 좀 들어갔을 줄 알았는데 먼저 살갑게 말을 걸더니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냐"며 다음 행보에 대한 고민부터 털어놓는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의 순수남에서 22일 개봉한 영화 '피끓는 청춘'의 소년 카사노바 중길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한 것 역시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 변신
처음 ('싸움짱' 앞에서는 찌질 하지만 여학생들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며 꼬시는데만 여념 없는) 중길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너목들' 여운을 남겨두고 멋있는 역할을 하는 게 낫지 않냐"며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갈망이 커서 선택했다. 다행히 영화 완성 후 주변에서 "잘했다"는 말을 많이 해줬어도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과감히 했으면 웃겼을 것 같은데 본능적으로 몸을 사린 것 같다. 팬티 입고 춤 추는 장면 촬영도 창피해서 빨리 끝냈다.
■ 카사노바
중길의 연기 포인트는 '애정결핍 찌질이'다. 어떻게 하면 찌질해도 귀여워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 했다. 물론 실제로는 중길처럼 못한다. 직업이 연예인인데 어떻게 그렇게 하나. (웃음) 다만 중길처럼 외로움을 많이 타는 건 비슷한 것 같다. 애정 표현을 즉각즉각 하는 스타일이라 스태프들이 나보고 애교가 많다고 했다. '너목들'에서 호흡을 맞춘 (이)보영 누나는 이런 게 애정결핍이라더라.
■ 촌티
(모델 출신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촌스러운 역할에 걸맞게 패션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얼굴도 못 생기게 나와서 외모로 잘 보이겠다는 생각은 포기했다. 촬영하면서 거울도 안 보고 어떤 때는 눈꼽 낀 채로 했다. 충청도 사투리는 처음 해봤는데 평소 말이 느려서 그런지 입에 착착 붙더라. 다만 마지막에 반전이 있으니 지켜봐 달라.
■ 첫사랑
극중 일진 영숙(박보영)은 중길에게 첫사랑이다. 나도 중길처럼 첫사랑은 잊지 못한다. 학창시절 함께 성장했고 스무 살 넘어서까지 만났다. 똑똑하고 하얀 친구였다. 이상형은 나한테 집착해주는 여자다. 아직 애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연애할 준비가 안 됐나 보다.
■ 대세
대세라는 수식어는 지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감사하지만 썩 좋은 호칭만은 아니다. 요즘엔 매력 있는 20대 배우들이 많아져서 늘 나는 어떤 경쟁력을 쌓아야 할까 고민 한다. 물론 나도 야망이 있다. 대세 배우로 불리지만 그냥 배우로 불리는 게 목표다. 비록 지금 행보는 스타로 가고 있고 아직 연기도 못 하지만 내 단점을 다음 작품에서는 꼭 고치려고 노력한다. 참 얼마 전 부산에서 길을 지나다 혼자 관상을 본 적이 있는데 올해가 운이 더 좋다고 하더라.
■ 흥행
지난해 KBS2 '학교'로 시작해 총 다섯 작품을 찍었다. '노브레싱'은 흥행이 되지 않을 걸 직감했고, '관상'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면 '너목들'은 너무 좋았던 작품이다. '피끓는 청춘'은 새삼 높아진 인기를 확인해주는 영화랄까. (웃음) 그러나 앞으로 다작은 못 할 것 같다. 데뷔 후부터 겹치기를 많이 해서 피해를 주는 것 같고, 이젠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전엔 너무 욕심이 많았다.
■ 차기작
분명한 것은 그동안 주로 했던 교복 입은 역할은 앞으로 힘들 것 같다는 것이다. 누아르 장르 같은 남자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다. 요새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와 배역의 선택 폭이 넓어져 행복하다. 그래도 대중성과 작품성의 균형을 맞춰서 작품을 선택하는 게 어려워 고민이다. 또 이전엔 연기는 느껴가면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혼자 했는데, 이젠 체계적인 수업을 받아서 해보려고 한다.
·사진/황정아(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