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능력 있는 케이블TV 예능국 PD 신혜. 이제 사랑이 지겨울 법도 한 신혜에게 얼굴도, 몸도 착한 28살 연하남이 끊임없이 대시한다. 둘, 남편에게 당당하게 일주일에 세 번의 성생활을 요구하는 솔직한 주부 미연. 즐거운 섹스를 위해서라면 각종 운동에 수술까지 마다 않는 미연을 남편은 감당할 수가 없다. 셋, 장성한 딸이 있는데도 주책(?) 맞게 연애하는 싱글맘 해영. 그는 또래의 중년 애인과 같이 살고 싶어 딸의 결혼을 추진하려고 한다.
13일 개봉 예정인 영화 '관능의 법칙'은 이 세 친구의 이야기를 발칙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답게 초반부터 화끈한 노출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저 야한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 찰나 노련한 연출과 솔직한 대사, 공감가는 이야기가 펼쳐지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싱글즈' '뜨거운 것이 좋아'를 연출한 권칠인 감독은 따뜻한 색채와 공간을 사용하고 세 주인공의 우정을 예쁘게 그려내 한 편의 사랑스러운 영화를 완성했다. 그리고 노련한 연출로 40대 여성의 섹스와 삶의 균형을 맞춘다.
세 여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또한 이 작품을 지탱하는 힘이다. 노출 연기가 부담스러울 만한데도 세 배우는 과감하게 각자 다른 매력을 발산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이 영화를 그냥 야한 영화가 아니라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어주는 것은 발칙한 대사와 공감 가는 서사의 힘이다. 독특한 대사나 허를 찌르는 표현들이 나오면 웃음을 참기 어렵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연애와 현실 이야기가 펼쳐지면 영화에 빠져 들게 된다. 제1회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공모대전 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다.
그러나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모두 매력적인 건 아니다. 신혜의 이야기는 다른 작품과 비슷한 연상녀·연하남의 클리셰를 반복해 지루한 느낌이 든다. 또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인생과 현실의 무게 쪽으로 서사가 옮겨지는 것도 매끄럽지 못하다. 영화 초반 견고하게 맞물리던 세 사람의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서로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겉돌기도 한다.
그래도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세 여성이 주체적으로 사랑과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기에 30·40대 여성 관객이 공감을 느낄 만하다.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