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대국민 홍보를 염두에 둔 선심성 보험을 만들어낼 것을 주문하고 있어 이 상품들이 소비자들로 외면 받는 것은 물론 보험사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금융당국이 보험사로 하여금 만들도록 유도했던 상품들의 실적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출시한 단독형 실손보험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가 원하는 보장을 선택할 수 있어 판매가 늘 것이라는 금감원의 예상과는 달리 1년 동안 21만건으로 한 달 평균 1000건이 채 안되는 판매 실적을 올렸다.
보험업계는 금융감독당국이 면밀한 시장분석 없이 무리하게 상품 판매를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하며 올해도 실적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오는 4월 노후실손 의료보험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법시행령이 입법예고 되고 상품을 만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가격을 맞출 수 있는지와 과연 이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금융당국은 최근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4대 악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4대 악 척결 의지에 따른 것으로 최수현 금감원장도 최근 임원회의에서 4대 악 보상 보험을 차질없이 출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통령의 언급이 없었다면 전혀 나올 이유가 없는 상품인 셈이다.
문제는 4대악이라는 개념이 과연 보험으로 보장할 만한 위험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물론, 그러면 이 위험요소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에 대한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
보험은 과거 일어났던 사고의 사례를 분석해 앞으로 일어날 확률에 따라 요율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보험료와 보험금이 만들어지는데 이 경우는 축적된 통계에 따른 요율을 뽑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또 물리적 피해와 달리 정신적 피해는 측정할 수 없는 주관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불량식품이나, 폭력 등에 대한 피해신고는 얼마든지 쉽게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험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이 의견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너무 보여 주기식 상품이 많다 보니 보험본영의 기능과 현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품들이 너무 많다"며 "이런 상품들은 대부분 소비자는 물론 설계사들에게도 외면 받기 때문에 시장에서 곧 사장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