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120다산콜센터 1주년 기념행사에서 다산콜센터 직원들이 상황극을 펼쳐 보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오기가 무섭고 두렵다. 답답하고 가슴이 떨린다. 아이가 있고 가정이 있어 그만두지 못하고 있지만, 늘 속으로 울고 있다."
서울시민의 민원창구인 '120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이 극심한 감정노동으로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5일 120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을 부당한 노동인권 침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개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서울시에 권고했다. 이는 인권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정책 권고다.
인권위 조사 결과, 월평균 상담사들은 무리한 요구(8.8회), 인격무시(8.8회), 폭언·욕설(6.5회), 신체위협(6.5회), 성희롱(4.1) 등을 경험했다.
야간 상담의 절반은 취객으로 이들은 상담사에게 "너랑 사귀고 싶다" "여자 친구 선물을 골라달라" "속옷 뭐 입냐" 등 성적 수치심을 불러 일으켜 상담사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침해했다.
전자감시를 통한 스트레스도 심했다. 출근체크부터 통화·대기·휴식 여부 등 상담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컴퓨터에 상세히 기록되고 모니터링 됐다. 감청은 물론 화장실가는 시간까지 통제받았다.
이 외에도 장시간 컴퓨터 사용으로 목·어깨 통증 등 만성적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고, 저녁·야간 상담사의 경우 만성피로·불면증 등을 호소했다.
이날 인권위는 감정노동, 근로환경, 휴식권, 폭언 및 성희롱, 전자감시, 민간위탁의 6개 부문의 인권실태를 다각도로 분석해 서울시에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다산콜센터는 서울시가 3개 민간업체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시를 대상으로 이번 권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욕설·성희롱 등의 상황에 대해서는 1회 경고 후 전화를 끊을 권리가 보장돼야 하고, 휴식 및 근무환경의 개선이 절실하다. 특히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전자감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