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현대차와 토요타의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카 판매는 총 1642대로 전년 동월(1120대)보다 46.6%나 늘었다. 상승세는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주도했다. 이 차는 1156대가 판매돼 기존 그랜저 모델의 판매를 늘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반면에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486대에 그치며 전년 동월 대비 절반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수요가 그랜저 하이브리드로 옮겨가면서 판매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에 기아차는 K5 하이브리드가 447대, K7 하이브리드가 385대 팔렸다. K5 하이브리드만 판매되던 지난해 1월에 618대의 실적을 올린 것에 비하면 역시 판매 증가효과를 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내수시장에서의 승부가 더욱 흥미로운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존에는 3000만원대 시장에서 쏘나타·K5 하이브리드가 있었고, 4000만원 이상의 시장에서는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었기 때문에 수요층이 겹치는 일이 적었다. 토요타·렉서스에서 유일한 3000만원대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는 차종의 특성상 경쟁모델이 딱히 없다. 그러나 그랜저와 K7 하이브리드의 등장으로 양사가 경쟁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렉서스가 하반기에 선보일 LF-NX(사진은 콘셉트카).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4230만원으로 그랜저 하이브리드(3460만원)와 770만원이 차이난다. 그러나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풀 옵션을 갖추면 3936만원으로 가격이 훌쩍 뛴다. 따라서 렉서스 ES300h 프리미엄(4950만원)과도 가격 차이가 대폭 줄어들어 서로 경쟁관계가 형성된다.
렉서스는 지난해에 3365대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했고 이는 렉서스 국내 판매량의 62%에 해당한다. 토요타는 전체 판매의 30.3%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렉서스 관계자는 "오는 4월 CT200h를 론칭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 라인업을 차츰 늘려나갈 계획"이라면서 "하반기에는 소형 하이브리드 SUV인 LF-NX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렉서스가 향후에도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충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에 언급한 모델 외에도 내년에는 IS300h가 데뷔할 예정이며,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호평 받고 있는 GS300h까지 가세할 경우 하이브리드의 풀 라인업이 완성된다. 이 두 가지 모델은 ES300h와 같은 파워트레인이지만 차종 특성에 맞게 세팅을 달리해 색다른 느낌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전 세계 판매가 600만대를 돌파할 만큼 이 분야의 최강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후발주자지만 내수에서만큼은 물량 면에서 토요타를 앞서고 있다. 따라서 이들 브랜드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고 차종이 많아지면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