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논란에 휩싸여 눈길을 끈다.
6일 개봉한 '또 하나의 약속'이 롯데시네마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외압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딸의 죽음에 삼성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한 아버지 황상기씨의 실화를 다뤄서 불거진 논란이다.
롯데시네마가 초기 7개관만을 배정한 것을 두고 제작사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며, 외압설이 힘을 얻고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고, 롯데시네마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했다.
13일 개봉 예정인 '신이 보낸 사람'도 개봉 전 '신천지 투자설'과 연관돼 논란이 됐다. 탈북한 북한 지하교회 교인들의 실화를 다룬 내용 때문이다. 제작사는 신천지를 향해 "영화가 종교 단체 신천지의 홍보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법적으로 강경 대응하겠다"고 강하게 반박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앞서 개봉한 '변호인' 역시 고 노무현 대통령과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유로 개봉 전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이며 '평점 테러'와 '예매 취소 테러'를 당한 바 있다.
◆ 논란은 초반 관심으로 이어져
그러나 개봉 전 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개봉 후에 오히려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의 약속'은 상영관 논란이 확대되자 예매율이 상승했다. 개봉 하루 뒤인 7일에는 흥행 10위권 영화 중 가장 적은 158개 스크린에서 상영됐지만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9일 현재 스크린수는 192개로 늘어났고, 누적관객수는 5만 명을 넘었다. 현재 좌석 점유율 1위, 실시간 예매율 3위를 기록 중이다.
'신이 보낸 사람' 역시 톱스타 한 명 없는 저예산 영화인데도 같은 날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액션 대작 '로보캅'과 엄정화·문소리 등이 출연하는 '관능의 법칙'을 제치고 예매율 6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10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변호인'은 실제로 논란이 초반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 됐다. 시장조사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영화를 본 관객의 53.8%가 개봉을 전후해 '평점 테러', '예매취소 테러'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들 대부분은 이후 영화를 꼭 봐야겠다고 생각(53.9%)하거나 영화를 봤지만 다시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20.4%)고 답했다.
물론 논란이 반드시 흥행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변호인'은 논란을 넘어 모두가 공감할 만한 도전과 용기에 대한 가치, 배우들의 열연 등이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흥행이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려면 작품성이 담보돼야 한다. 단순한 논란만으로는 어렵다"고 설명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