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표팀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마침내 올림픽에서 조국을 상대로 숙명의 첫 대결을 벌인다.
안현수는 10일 오후 6시45분 시작되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경기에 출전한다. 이날 예선과 결선이 모두 치러져 메달 주인공까지 가려진다. 안현수는 한국의 이한빈(26·성남시청), 신다운(21·서울시청), 박세영(21·단국대)과 정면 승부를 벌인다.
1500m가 안현수의 주종목은 아니지만 현재 절정의 기량과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중국·미국·캐나다 등 전통의 강호들을 제치고 러시아에 첫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관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을 홈 어드벤티지도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로 종합 11위에 그치며 스포츠 강국의 체면을 구긴 러시아는 명예회복을 위해 안현수에게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1000m와 1500m, 5000m 계주에서 우승해 3관왕에 올랐고, 500m에서도 동메달을 따며 쇼트트랙 역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이 배출한 역대 가장 훌륭한 쇼트트랙 선수로 꼽히는 그는 부상과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불화, 소속팀 해체 등이 겹치며 고민 끝에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2012~2013시즌 월드컵에서 러시아 대표로 처음 출전한 그는 1000m 금메달을 따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지난해 2월 소치에서 열린 5차 대회에서는 러시아에 사상 첫 월드컵 5000m 계주 금메달도 안겼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도 500m 최강자 샤를 아믈랭(캐나다)을 물리치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체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스피드와 날카로운 스케이팅 기술은 전성기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 대표팀은 팀 안팎으로 악재를 겪으며 안현수의 활약에 힘겹게 맞서는 처지가 됐다. 이한빈은 안현수의 한국체대 3년 후배이자 해체된 성남시청에서도 함께 아픔을 겪은 각별한 사이다. 지난해 4월 선발전에서 전체 1위로 태극마크를 달며 대표팀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함께 출전하는 신다운은 2013~2014시즌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졌지만 지난 시즌에는 세계선수권 1000m, 1500m와 종합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의 기대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