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장년층 활성화 포럼 '브라보! 데이'에서 창업 전문가들이 예비 창업자들의 문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SKT
"국내 시장은 수요가 적으니까 해외 판로를 뚫는 게 어떻겠어요?" "사업 계획이 너무 추상적이에요, 더 정리를 하셨으면 좋겠네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장년층 예비 창업자를 향해 날카로운 전문가 조언이 쏟아졌다. 최근 열린 SK텔레콤의 장년층 활성화 포럼 '브라보! 데이'가 그 무대였다.
평생 직장이 없는 시대에서 은퇴 후 창업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등록된 50대 자영업자는 178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명이나 증가했다. 근속 연수는 줄어들어도 평균 수명은 늘어나면서 창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찾으려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장년층의 뜨거운 창업 관심은 지난 11일 오후 4시 SKT가 본사에서 개최한 장년층 창업 활성화 포럼 '브라보! 데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오후 8시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는 예비 창업자 100여명의 쏟아지는 질문 속에 예상 종료 시간을 1시간이나 훌쩍 넘겨서 끝났다. 이상화 선수의 금메달이 걸린 소치 올림픽 경기도 장년층의 창업 열기를 이기지 못했다.
'브라보! 데이'는 SKT가 베이비붐 세대의 성공적인 창업을 돕기 위해 마련하는 교류의 장이다. 다음 행사는 3월 26일에 열린다.
포럼은 SK플래닛 김지현 상무의 ICT 트렌드 특강 '스마트 혁명이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꾸는가?'로 시작됐다. 김 상무는 "모바일 산업 발달로 비즈니스 솔루션 창업 성장성이 매우 크다"면서 "꼭 소비자 대상 창업(B2C)에 국한되지 말고 기업 대상 사업(B2B)으로도 고개를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장년층 창업 충분한 고민 거쳐야
'실패하지 않는 장년층 창업'을 주제로 한 전문가 대담도 큰 호응을 받았다.
창업 전공 교수, 벤처 캐피탈 대표 등 각계 전문가들이 청중의 질문에 날선 답변으로 답했다.
벤처캐피털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는 "초창기 아이디어로 투자를 받을 확률은 '0'에 가깝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업 모델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거쳐라"고 말했다.
창업학을 강의하는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김진수 교수는 "예비 창업가들이 자금 문제로 고민이 많은데 정부 지원금이 제일 접근하기 좋다"면서 "대다수 장년층의 창업 준비 기간이 1년 미만일 정도로 섣부르게 사업을 시작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퇴 후 공백에 대한 공포보다 창업 실패 후유증이 더 큰 만큼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숙명여자대학교 기업가정신학과 손종서 교수는 "직장에 다닐 때는 자신이 맡은 분야만 잘하면 됐지만 창업은 A부터 Z까지 다 챙겨야 한다"면서 "회사원 타성에서 벗어나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는 SKT 브라보! 리스타트 1기로 창업을 시작한 강경흠씨의 사례 발표였다.
강씨는 "창업 아이템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창업 교육 이수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같은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교류하며 준비해야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이밖에 그는 특허와 수상 실적은 창업 성공과 큰 연관이 없다는 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꼼꼼히 찾아다니면 사무실 마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소개했다.
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은 "미국에서는 창업자와 투자자가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기회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면서 "자신의 아이템을 성공시키고 싶다면 창업 커뮤니티에 많이 참석하면서 인맥을 쌓고, 들은 조언으로 창업 계획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