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귀화해 새로운 스포츠 인생을 시작한 빅토르 안(안현수)이 러시아 쇼트트랙 사상 첫 메달을 안겨 화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에 독립국가연합(CIS)의 일원으로 참가,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적은 있지만 단독으로 쇼트트랙 부문에서 메달을 획득한 적은 없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한국과 러시아 양국 모두의 주목을 받은 그는 2분 20초의 기록으로 가뿐하게 준결승전에 진출했고, 2분 16초의 기록으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빅토르 안은 한국의 이한빈 선수를 제치며 앞서 나갔으며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 중국의 한톈위에 이어 세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특히 중국의 한톈위 선수와는 비디오 판독을 통해 승패를 결정지을 만큼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결국 0.007초 차로 뒤져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인들은 그가 러시아 국가대표로 뛰며 메달까지 안겨줬지만 그를 '배신자'로 여기는 등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온 이소영씨는 메트로 모스크바와의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안현수 선수를 미워해야 하냐"며 "안현수는 20세의 나이로 2006년 동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로 금메달 3개를 획득하는 등 대단한 업적을 이뤘고 지금은 국적을 바꿔 러시아 팀에서 뛰고 있을 뿐 우리는 항상 그를 응원하는 팬"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온 성란씨는 "한국에서 쇼트트랙은 인기가 많은 스포츠이기에 선수층도 두텁다"며 "만일 무릎부상을 당한 선수가 체력을 회복하고 재활에 성공한다 해도 이미 그의 자리가 사라져 예전 팀으로 돌아갈 수 없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선수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뭐가 있겠냐"며 "안현수가 러시아로 국적을 옮겨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를 배신자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빅토르 안은 현재 러시아 빙상 연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 러시아 대표팀에서 코치로 활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렉세이 슈나예프 기자·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