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소위 '경제민주화법'이 시행돼 대기업이 재벌 총수 일가의 부당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재계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이를 전담할 공정거래위원회내 전담조직 신설도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이후 하향세를 보이던 상장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이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기업의 성장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기업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실효성 논란
재벌의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골자로 한 개정 공정거래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법이 14일부터 발효된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소속 회사가 특수관계인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 거래하는 경우 규제대상이 되는데 시행령은 금지행위의 유형 및 기준, 적용제외 사유 등을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와 거래단계 중간에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끼워넣어 '통행세'를 챙기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는 재계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막대한 이득을 챙긴 행태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실효성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재계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전경련은 13일 "개정 공정거래법 및 시행령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금지 규정이 포괄적이고 모호한 반면 적용제외 사유는 제한적으로 규정해 정상적인 계열사간 거래도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금지행위중 하나인 계열사간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는 어느 정도의 가격차이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정상 거래를 하면서도 기업은 항상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계열사에 기존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경련은 "의미가 모호해 정확히 어떤 행위가 사업기회 제공으로 평가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정상적인 경영활동인데도 사회기회의 제공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추광호 기업정책팀장은 "지금도 기업의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인데 개정 공정거래법 집행 과정에서 기업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내에 개정된 법에 따라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감시하고 조사할 전담조직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공정위는 재벌 전담 조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관계 부처와 협의과정에서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의 기업 '기살리기' 우선
재계는 '경제민주화'에 앞서 위기상황인 '기업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2010년 이후 하향세를 보이던 상장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이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기업의 성장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액 1조원 이상 기업(148개사)의 매출 감소가 전체 상장기업보다 컸다.
전경련이 비금융업 상장회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10개 경영지표 중 6개의 2013년 실적이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보다도 나빠졌다.
성장성 지표의 경우,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증가율 ▲총자산증가율 ▲유형자산증가율 세 지표 모두 2009년보다 악화됐다. 또 2009년에도 플러스였던 매출액증가율은 2013년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매출액 1조원 이상 148개사의 실적이 더욱 부진했다.
수익성 지표에서도 금융위기 직후 잠시 반등했던 매출액영업이익률과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이후 3년간 저조한 성적을 이어갔다. 상장기업 전체의 이자보상배율은 2009년보다 개선됐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취약기업의 수는 꾸준히 늘어나 2013년 전체의 37.6%에 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경우,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다소 높아진 것과 달리 기업 매출액은 마이너스 성장했고, 올해에도 대내외 위협요인으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제민주화법과 같은 옥죄기가 아니라, 기업이 마음놓고 경영환경을 해 갈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