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성하에게 지난 6개월은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는 시청률 50%에 육박하며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오른 KBS2 '왕가네 식구들'로 연기인생 30년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 남자 주인공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오랜기간 연극무대와 영화·드라마에서 내공을 쌓아왔지만 고민중은 녹록치 않은 캐릭터였다.
◆ 고민중 '고민의 연속'
그의 연기인생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연극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30년 가까이 연기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고민중이란 캐릭터는 선택부터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는 "처음에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는 고사하려고 했다"고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고민중은 기본적으로 진중하면서 감정신이 많은 캐릭터다. 눈물연기를 처음 하다 보니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많은 부담감을 안고 출발했다. 한 회 동안 진정성 있는 연기를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거짓이 아니란 걸 보여줘야 했기에 초반엔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촬영장에 나갔었다. 매회 마음의 짐을 안고 준비를 했었다. 준비의 연속이었고 극중 이름처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잘 봐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막장? 가장 현실적인 모습
'왕가네 식구들'은 극 초반 시월드 대신 '처월드'를 조명하고 학벌주의와 물질 만능주의를 중심으로 전개하면서 막장 드라마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 중반을 넘어서면서 갈등과 문제점이 풀리면서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조성하가 생각하는 '왕가네 식구들'은 가장들의 현실을 함축한 '휴먼드라마'였다.
"고민중은 현 시대의 가장의 모습을 대변한 인물이다. 10회에 등장한 운동장에서 아이처럼 울부짖는 모습과 택배기사로 변신해 뛰지만 가족 누구도 그런 자신을 봐주지 않는 모습 등이 그렇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내 자식과 아내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가장이기도 하다.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인간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다."
◆ "맹물 같은 배우로 남고싶다"
지금의 배우 조성하가 있기까지 그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오랜기간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택시운전, 배달, 장사 등 수 많은 일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나 드라마의 인기로 CF도 촬영했다.
그는 "큰 돈을 벌었다기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밥을 사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겨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욕심보다 주변에 대한 배려심이 느껴졌다.
가정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가장 조성하는 말 잘 듣는 남편이자, 친구 같은 아빠다. 한 마디로 '만만한' 사람이다. 출연진 제작진과 포상휴가를 다녀온 후에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아마 열심히 짐을 나르는 짐꾼이 될 것 같다.(웃음)"
그는 마지막으로 "맹물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며 "무궁무진하게 변형될 수 있으며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