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2년여 만에 또다시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 위기설에 직면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최근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 위기에 처한 팬택에 더이상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워크아웃 신청을 할 경우에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위한 최종 권한은 팬택에게 있기 때문에 채권단이 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만일 (팬택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원하기 위한 방법만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자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팬택이 채권단의 지원이 없을 경우 결국 워크아웃을 결정할 수 밖에 없음을 고려, 채권단 내부에선 이와 관련된 논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팬택 관계자 역시 "아직 워크아웃을 고려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면서 "채권단 측에서도 이와 관련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졸업 2년만에 또다시 워크아웃설…왜?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은 지난 2007년 4월 경영악화로 인해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나 고강도 구조조정 및 17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기록하며 4년8개월만인 2011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순항을 이어가던 팬택은 2012년 3분기부터 또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팬택이 잇따라 출시한 단말기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간 팬택은 창업주 박병엽 전 부회장이 지난해 9월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도 했다. 이후 단독으로 경영 일선에 서게 된 이준우 사장은 총 2600명의 직원 중 3분의 1인 800명에 대해서는 6개월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한편, 해외사업을 축소하고 낭비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긴축경영 체제를 이어왔다.
내수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출시한 '베가 시크릿노트', '베가 시크릿업' 등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뭔가 시장을 흔들만한 수준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팬택은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적자 3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분기 대비 적자폭은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6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막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중국발 투자 이뤄질까
팬택으로써는 투자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퀄컴으로부터 245억원,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의 자본을 유치받은 팬택은 이후 채권단으로부터 1565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 같은 자금 지원을 통해 지난해 4월 '베가 아이언' 출시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과를 보이려 했지만 기기 성능과 대중적인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시장성 확보에는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누적 영업적자가 2800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 악화로 이어지면서 추가적인 외부자본 유치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추가 자금 투입을 할 지 여부가 관심사다. 지난해 팬택에 530억원이라는 자본을 투자한 삼성전자는 기존 지분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현재 팬택의 3대 주주인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자금투자만으로 현 위기 상황의 타개가 불가피해보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투자가 이뤄질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화웨이, ZTE, 메이주 등이 팬택의 기술력을 탐내며 지분 투자나 인수 여부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