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미국이 쉽게 발을 들여놓지 않는 모양새다. 자칫 러시아의 반발을 살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을 우려해서다.
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막고 평화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연립정부가 구성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NBC 방송에 출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 개입하면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분열시키고 폭력 사태만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도피하고 야권이 주도하는 의회에 정권이 넘어갔지만 우크라이나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러시아는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되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군사 개입을 통해 친 러시아 정권의 복원을 추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부터 우크라이나에 정치·경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실각으로 친유럽 정권이 들어서 우크라이나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면 러시아로서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앞서 지난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과 서방국가의 지지를 받아 승리한 유센코 정권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관을 폐쇄한 바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최대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며 '러시아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시리아 평화회담과 이란 핵협상 등 주요 외교현안을 해결하는 데 러시아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인도주의 결의안 채택과정에서도 미국은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