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여러분.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월요일에 볼 수 있는 찌뿌둥한 얼굴은 하지 마세요."
중남미의 작은 섬나라 푸에르토리코의 지하철 안에서 분주한 출근시간마다 재치 넘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하철의 동기부여 목소리'의 주인공은 조나단 파본. 올해로 지하철 운전 경력 8년차를 맞이한 그는 '해피 바이러스' 전도사다.
파본의 근무 시간은 새벽 4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긴 편은 아니다. 이 시간 동안 마이크에 불어넣는 그의 따뜻한 숨결은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사는 직장인들을 위로한다.
파본은 "나는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유쾌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면서 "물론 이런저런 고민거리도 많지만 즐거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으면 힘든 하루도 빨리 지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지하철 시인'으로 변신, 낭만적인 표현으로 승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오늘은 억수같이 비가 내립니다. 이런 날에는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올 확률은 없겠죠. 여러분 마음에는 비가 내리지 않나요? 그럼 오늘 날씨는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맑음'입니다."
파본은 피곤하고 슬픈 모습으로 전동차에 오른 승객들이 한껏 기분 좋은 얼굴로 내릴 때 가장 큰 만족감을 느낀다. 그는 이런 기쁨 때문에 매일 새로운 지하철 방송 멘트를 개발한다.
그의 메시지는 모국어인 스페인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어, 포르투갈어, 심지어 중국어로도 문장을 만들어 발음을 연습하고 사람들에게 '이국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파본의 열렬한 팬이라는 대학생 승객 라파엘은 "파본 덕분에 매일 아침이 즐겁다"면서 "유쾌한 사람의 감정은 주변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가져야 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파본의 지하철을 처음 탔다는 이사벨도 "굉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기없는 표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그가 사람들의 표정을 전부 밝게 바꾸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파본은 "내 노력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후안 카를로스 멜로 기자·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