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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법적권한 없는 '그림자 규제', 기업활동 옥죈다

#A 보험사는 금감원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블랙컨슈머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감원이 보험민원 감축지수를 만들고, 강도높은 이행점검을 실시해 악성 민원인의 부당한 요구에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C 건설회사는 부산에 주택 및 업무시설을 건축하기 위해 구청에 인허가를 신청했다가 불허가 처분을 받았다. 건축법 등 관련법상 저촉사항이 없었지만, 주민반대 등을 이유로 구청장이 불허가 처분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행정심판위원회가 건축허가신청을 '인용'하도록 결정했지만, 구청은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았다.

정부가 기업에 대한 규제개혁의 핵심수단으로 '규제총량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규제수나 규제로 인한 비용의 상한을 정하고, 규제 신설시 그만큼의 기존 규제를 폐지토록 하는 규제관리 방식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은 규제(그림자 규제)'는 규제로 등록·관리되지 않아 규제총량제를 도입되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속칭 '그림자 규제'로 불리는 사례를 모아 발표했다. 이런 규제는 실제로는 개인과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지만, 법에 근거하지 않는 규제를 의미한다. 또 다른 의미로 법적근거 없이 행사되는 행정(공공)기관의 침익적 권력행위를 뜻한다. 구두지도·행정지도, 권고·지침, 적합업종, 기부채납, 조세 등이 보이지 않는 그림자 규제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지난해 4월 금감원은 보험민원을 2년내 50% 감축하라는 지침을 만들었지만, 보험업 현실과 괴리된 무리한 목표라는 보험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금감원과 보험업계 실무자로 구성된 TF에서 민원감축지수를 평가지표로 활용하는 '보험민원감축 표준안'을 만들었다. 법적 근거가 없는 '표준안'이지만 금감원에서 매분기 민원감축 이행성과를 평가하고, 미이행시 경영진 면담과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해 사실상 의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또 양적인 보험민원 숫자 감축을 목표로 하다보니 부당한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악성 민원인에게도 속수무책이다.

금감원은 손해율 상승, 금리 하락 등으로 보험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관행적인 구두지도를 통해 보험료 인상을 억제한다. 반면 공정위는 금감원의 보험료 인상 지침에 따른 보험사를 담합으로 판단해 처벌하기도 한다. 금감원의 지도에 따랐지만 공정위의 처벌을 받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에도 나타난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사업영역을 지정해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도모한다는 목적하에 대기업의 사업진출 기회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으로 규정된 중소기업 고유업종과 달리 적합업종은 '민간합의'를 바탕으로 시행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와 정부는 자율제도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권고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지키지 않을 수 없다.

동반위는 적합업종 권고 미이행시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중기청이 권고·공표·이행명령 등을 통해 대기업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허가와 관련된 보이지 않는 규제의 벽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안전행정부는 인허가 처리실태 특별감사를 통해 7개 지자체에서 40건의 부당 인허가 거부·지연사례를 적발했다.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춘 인허가 신청을 반려하거나 불허가 사례는 40건 중 11건으로 27.5%를 차지했다. 이중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춘 건축허가 신청을 구청장의 지시로 불허하거나, 법적 근거가 없는 소유자동의서, 가처분권자동의서 등 과도한 서류제출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지자체의 기부채납 요구 역시 사업승인을 담보로 요구되는 보이지 않는 규제다. 기부채납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업승인을 지연시키는 경우도 빈번하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는 원재료비 등 원가인상의 부담을 경영합리화로만 해결하기 원하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다. 원가 인상 등의 합리적인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경우에도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통해 가격인상을 억제하는 경우도 있다.

고용이 규제개혁팀장은 "국민과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사실상 규제들이 많지만 규제로 등록되지 않아 규제개혁의 대상과 관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과 기업이 느끼는 규제개혁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행정지도, 권고·지침 등 보이지 않는 규제도 등록·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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