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대학교 교육학과 출신인 정모(27)씨는 대외활동을 통해 진로를 찾았다. 해외 기업 탐방단 등에 참여하면서 넓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고교 시절 '교사가 안정적'이란 조언에 사범대에 진학했지만 방과 후 교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교직은 적성이 아님을 느꼈다. 항공사 또는 해외영업팀 취업으로 마음을 굳힌 정씨는 복수전공으로 중국어를 배우며 학점 관리와 어학 공부에 매진했다. 졸업반 때 항공사 인턴에 합격한 정씨는 정규직 전환이 돼 원하던 꿈을 펼치고 있다.
# B대학교 경제학과 이모(28)씨는 최근 입학 9년 여만에 간신히 졸업했다. 그는 '1학년 때는 놀아도 돼'란 선배들 말에 고3 스트레스를 풀며 신입생 시절을 보냈다. 군 제대 후에는 지인들을 따라 공인회계사 자격시험을 준비했다. 유명 대학 출신이란 자신감이 있었지만 4수 끝에 포기했다. 고시에만 신경 쓰느라 학점은 2점대. 뒤늦게 취업 준비를 했지만 사기업들이 대부분 평점 3.0 이상을 지원 자격으로 내걸어 원서조차 못 냈다. 이씨는 주위 시선을 의식해 도피성으로 로스쿨 시험을 준비하는 중이다.
"울지 마 인마, 4년 뒤에는 더 울면서 시험 보러 다녀."
최근 한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온 댓글이 큰 화제를 모았다. 어느 고3 수험생이 대입 중압감 때문에 독서실에서 울었다는 이야기에 한 네티즌이 재치 있는 답변을 한 것이다. 대학 졸업하는 4년 뒤에는 더 울면서 취업 시험 보러 다닌다는 댓글에 많은 네티즌이 공감 버튼을 눌렀다.
우리 사회는 '대학 잘 가는 법'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정작 '대학 생활 잘 하는 법'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 인생의 고민이 해결되고 장밋빛 생활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 일선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도 그렇게 말한다.
대학 다녀 본 사람은 안다. 대학 입학 후 더 큰 숙제가 쌓여 있다는 점을 말이다. 전공 문제, 진로 선택, 취업 준비, 연애와 결혼, 부모님의 은퇴 등 10대 시절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대한 담론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20년 세월을 대학 입학만을 향해 달려온 신입생들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자기계발서를 들춰보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한다. 마음가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학과 선배들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데다 대학 교수님은 멀게 느껴진다.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한 고액의 등록금만 아까울 뿐이다.
국민대학교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인생 설계와 진로'를 강의하는 이의용 교수는 "대학생들은 입시 준비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1학년 때부터 10년 단위 계획을 세우며 자기 자신을 정립하는 작업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대는 이 과목을 교양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신입생 시절부터 인생 설계도를 세우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대는 졸업·취직·결혼 등 '인생의 3대 이벤트'가 열리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대학생들은 인생 과제를 현재를 기준으로 계산해 향후 무엇을 해야 할 지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남학생들은 군 문제 염두도 필요하다.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살다 보면 소중한 젊은 시절이 눈앞에 놓인 숙제에 치여 허무하게 흐를 수 있다.
이 교수는 "알찬 20대를 위해 책벌레가 되지 말고 교실 밖에서도 배우는 현장형 인재가 되어라"면서 "대외활동과 인턴십 등을 통해 이론을 실무에 적용하며 인생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김진수 교수도 "대학생이라면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창의성을 계발하는 일이 필수"라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혁신 정신이 부족한데, 다가오는 미래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학기 '창업학'을 정규 과목으로 편성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정말 많은 대학생들이 공무원 준비와 '사'자 직업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남이 만든 일자리에서 탈피해 자신만의 일을 만들며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꼭 기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