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CF 밖으로 나온 배우 김희애(47)의 모습은 인간적이고 소탈했다. 개그프로그램을 좋아한다는 말 맞다나 입을 열 때마다 솔직하고 재치가 넘쳐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인 tvN '꽃보다 누나'로 화제를 모으기도 한 그는 이달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동시에 찾아 대중과의 거리를 더욱 좁힌다. 2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우아한 거짓말'(13일 개봉)과 파격적인 멜로물 JTBC '밀회'(17일 첫 방송)를 선보인다.
- '꽃보다 누나'에서 '잡식 소녀'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처음엔 여행만 다녀왔을 뿐인데 그런 캐릭터로 포장돼서 충격을 받았다.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그런 부분만 편집돼 우려가 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그 일이 내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이래서 나영석 PD가 천재 소리를 듣는구나 싶더라. 지금은 그런 계기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 영화에서는 막내딸을 잃고도 씩씩하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엄마를 연기했다.
출연 전 김려령 작가의 원작 소설을 먼저 봤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 강한 작품을 못 보는데 이건 현실감 있게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중 상황은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인생의 슬픔보다 살아가면서 성숙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는 점이 와 닿았다.
- 드라마에서는 이번 '밀회'를 포함해 주로 파격적인 멜로를 선보였다.
원래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 출연한 이후로 온갖 팜므파탈 역은 내게 다 들어오더라. 그러나 난 배역보다는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작품을 선택한다. '밀회'도 마찬가지다.
- '우아한 거짓말'과 '밀회'에서 모두 열아홉 살 연하의 유아인과 호흡을 맞췄다.
'완득이'에서 연기한 것을 보고 너무 감동 받았다. 어딘가 글 쓴 것도 봤는데 똑똑하기까지 하더라. 이번 영화에서는 옆집 총각 역을 맡아 제대로 망가지고 드라마에서는 매력적인 천재 피아니스트로 나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잘생기고 동안이고 섹시하다. 특히 드라마에서 배역에 완전히 빠져 숨소리도 내지 않고 연기 하는 것을 보고 선배인 나도 자극받았다.
-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화장품 CF 모델로 사랑받았다.
솔직히 대중이 생각하는 것처럼 뷰티에 예민하지 않다. 화장품 광고를 찍을 때마다 이번에 잘릴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을 항상 한다. 늘 결과가 잘 나와서 다행이지만 커버할 게 많은 스태프들에게 늘 미안하다. 내가 스물 몇 살로 보이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
- 배우 김희애와 엄마 김희애 중 어떤 호칭으로 불러주는 게 더 좋은가.
어떤 게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사람들은 내가 행사에서 예쁜 옷을 입고 샴페인 들면 매일 그런 줄 아는데 실은 5분이 끝이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화장품 CF 찍어야 하는데도 설겆이를 하는 며느리고, 아내고, 엄마다. 어떤 때는 '나 김희애인데'라며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배우든 엄마든 내가 아니라 그저 역할을 한 것일 뿐이기에 스포트라이트에 의미를 두지도, 울컥하면서 오래 마음 상해하지도 않는다.
- 두 아들이 엄마의 대를 이어 연기에 재능이 있어 보이나.
고등학교 1학년인 첫째 아들이 어느날 학교에 드라마 수업이 있다며 내게 우스갯소리로 선배님이라고 하더라. 그러나 배우라는 게 행복한 직업이지만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기에 취미로 했으면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잘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잔소리를 하기 보다는 다독여주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