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영정사진 찍어주는 이색공무원' 서울 동작구청 김충범 팀장
김충범 팀장은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아름다운 사진을 남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현정기자 jhj@
지역의 각종 행사 때마다 사진 담당이 아닌데도 사진기를 들고 나타나 바쁘게 셔터를 누르는 '괴짜' 공무원이 있다. 서울 동작구청 건축과에 근무하고 있는 김충범(53) 건축관리팀장이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무료로 찍어준다.
◆ 3년 동안 200여 명의 어르신 찍어
1989년에 서울시 공무원으로 입사한 김 팀장은 대한민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라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1993년도에는 제12회 대한민국사진전람회에서 '순간 포착'이라는 작품으로 입선하기도 했다. 3년 전부터는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족 사진을 잘 찍어주고 싶어서 취미로 시작했어요.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많이 찍었죠. 그러다 우연히 어르신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세월의 흔적을 담고 싶었는데 한 어르신이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셨어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이후로 양로원을 직접 찾아다니며 찍어드리고 있습니다."
그는 구 노인복지과를 통해 지역 내 양로원을 찾기도 하고, 어르신들이 요청하면 집까지 찾아가는 출장 봉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직접 찍은 사진을 인화해 사비를 들여 액자에 넣어 선물한다. 그동안 영정사진을 찍어 드린 어르신들이 200여 명에 달한다.
"평소에 봉사를 많이 하고 싶었고, 어렵게 사시는 분들을 돕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로 방법을 찾았던 것이 사진이에요."
무료로 하는 일이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사진 찍어 놓고 돈 내놓으라고 하는 사기꾼 아니냐'라는 어르신들의 의심과 오해도 숱하게 받았다.
그는 "나중에는 사진을 품에 안기도 하고, 좋아서 한참을 웃으시는 분들도 계신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아름다운 사진을 남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누군가를 위한 봉사, 앞으로 계속 할 것"
누구에게나 사진을 찍어드리지는 않는다. 이런 그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여러 곳에서 사진을 찍어달라며 부탁이 왔지만 '무료 영정사진'을 찍는 그만의 단호한 철칙이 있다. '돈이 많은 어르신이 아닌 정말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만 찍어 드리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으며 어렵게 살고 계신 70대 따님이 90세가 넘은 노모의 영정사진을 찍어 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몸이 편찮으셔서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사진관에 갔더니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나셨데요.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어드렸는데 사정이 너무 딱해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어요"
이후 모녀가 고맙다고 목도리를 직접 선물해줬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그는 흐믓한 미소를 보였다.
"힘들 때도 있죠. 하지만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감동을 받아요. 사진을 찍고 나서 선물해드리면 실물보다 더 못나왔다고 타박하시는 분들도 있지만요"(웃음)
그는 "공무원들이 봉사에 인색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내가 나서서 남들을 먼저 돕고, 동료들에게는 동기부여를 주고 싶다"라며 "앞으로도 영정사진 찍어드리는 일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