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속 불륜남부터 영화 '러브픽션' 하정우의 찌질한 백수 형까지.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늘 반듯한 어른 남자의 이미지가 있는 배우 지진희(43). 그는 대중의 그런 시선에 오히려 "고맙다"며 "그렇게 고정된 이미지를 단점이라고 볼 수 있지만 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 캐릭터처럼 살 수 있다면 '결혼 못하는 남자'의 조재희처럼
그는 자신의 반듯한 이미지에 대해 "신뢰감을 주는 외모라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릴 때 공놀이를 하다 공이 이웃집 담벼락으로 넘어갔을 때 형들이 찾으러 가면 혼났는데 이상하게 내가 가면 아주머니가 별 말 없이 다시 공을 돌려주셨다. 어릴 때부터 남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외모였던 것 같다"며 "덕분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진희는 "캐릭터처럼 살 수 있다면 '결혼 못하는 남자'의 조재희처럼 살고 싶다"며 "최근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유재학은 이해는 가지만 닮고 싶은 캐릭터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유재학에게선 진짜 지진희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클라이밍과 레고 조립 등은 실제 그의 취미로 촬영 전 하명희 작가와 충분히 상의해 넣은 것이다.
그는 "단언컨대 클라이밍은 훌륭한 스포츠"라며 "클라이밍을 하면서도 연기와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클라이밍은 수 많은 추락과 실패를 반복한 후 한 코스를 성공할 수 있는 운동인데 자신감이 생겨서 다음 코스로 넘어가면 또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기도 마찬가지"라며 "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다른 역할을 맡으면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 "불륜미화? 나를 알아야 상대도 알 수 있다는 교훈을 준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가 불륜을 미화했다는 비판에 지진희는 "유재학과 송미경(김지수)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면서 상대를 자기 멋대로 정의내렸다. 서로의 좋은 면만 보려하고 나쁜 점이 보이면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고 헤어져 버리는 것이다"며 "연애할 때는 좋은 것만 보다 결혼 후 가까이서 지내면 보기 싫은 것도 본다. 그걸 싫어하는 게 아니라 대화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한 번 아내와 며칠동안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서로에 대한 오해나 편견들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 그렇게 아내가 다 터놓고 나더니 '고맙다'고 말하더라. 부부끼리 고맙다는 말을 언제 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 40대 매력은 여유…나이 먹는 것 좋아
그는 "연기에도 유행이란 게 존재한다. 그래서 어떤 영화는 얼마 전 작품인데도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건 개봉한지 10년이 지나도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나는 10년을 입어도 마치 처음 입는 옷 같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남들보다 부족했다고 판단했던 그는 이미 연기 생활 1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다른 배우들을 절대 못 쫓아갈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연기생활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나이 먹는 게 좋다"며 "40~50대 남자들은 참 섹시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 역시 이제까지 내가 해 온 것들 중 40대인 유재학 캐릭터를 가장 좋아했다. '이제 서야 오빠의 섹시한 매력이 조금 보였다'며 좋아 하더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 모습에선 중년 남자의 중후한 매력과 소년같은 순수함이 공존했다.
지진희는 40대의 매력을 "여유"라고 정의했다. 그는 "40대만이 가지고 있는 섹시함은 경험과 연륜에서 나온다"며 "물질적인 걸 넘어서 정신적인 여유, 그런 것들이 갖춰져야 외면은 물론 내면까지도 가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서른 살 나이에 데뷔한 그는 연기로 먹고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성격답게 장점을 하나씩 찾았다고 한다.
그는 "나는 당시 나이만 많고 돈도 없고 선후배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미 바닥이었기 때문에 올라갈 일만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엄청난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만의 장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