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취임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 잇따른 악재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황 회장이 취임한 뒤 KT ENS 사기 대출 사건, '불법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영업정지, KT 홈페이지 해킹으로 인한 1200만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등 연속된 악재를 맞았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발생한 악재를 정리하는 가운데 발생하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비춰지고 있다. 현재 KT는 이 전 회장 시절 문제를 빚은 '무궁화 3호 위성'의 재매입, 약 1조원에 달하는 사업·정보 시스템 전환(BIT) 프로젝트의 백지화 등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KT샛이 홍콩 ABS에 정부 승인없이 헐값 매각한 무궁화 3호 위성의 경우 재매입 비용을 놓고 난항을 겪으며 현재 미국 뉴욕의 국제중재위원회로 회부됐다. BIT 프로젝트는 2009년 KT와 KTF 합병 이후 추진한 영업전산시스템을 비롯해 경영정보, 시설, 서비스 등 KT의 모든 IT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하는 사업으로,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었지만 안정성과 보안성에서 문제가 지적되며 결국 전면 재설계하기로 했다.
여기에 KT ENS 영업담당 직원이 협력업체 7개 회사와 공모해 금융권으로 부터 3000억원을 사기 대출 받은 사건은 사회적 이슈로 번지며 황 회장의 경영 혁신 행보에 발목을 잡았다.
지난 6일에는 KT 홈페이지 해킹 사건이 발생, 1200만 명의 가입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황 회장도 계속되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자신이 직접 나서 일련의 사태에 대한 발빠른 수습에 나섰다. 황 회장은 7일 "2012년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 당시 보안 시스템을 보완하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황 회장은 이어 "제가 새롭게 경영을 맡은 이상 과거의 잘못은 모두 새롭게 매듭지어 '1등 KT'가 될 수 있도록 바로잡고 관련 내용도 조속히 규명할 것"이라며 "관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미래창조과학부는 '불법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어긴 데 대해 45일간의 영업정지 처분도 내렸다. 이에 따라 KT는 13일부터 4월 26일까지 신규가입자 모집 및 기기변경이 전면 중단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속된 악재가 KT의 장기적인 영업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과연 황 회장이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재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