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요 네스뵈/비채)
전세계는 지금 북유럽 스릴러 열병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범벅이기보다는 서늘한 공포를 주는 사건들, 기나긴 겨울과 끝없는 눈의 섬뜩함, 선하지 않지만 지적인 주인공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북유럽 스릴러 열풍의 시작이었던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3부작은 30여 개국에서 6000만부 이상 팔렸고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한 헐리웃 영화도 성공을 거뒀다. 소설 외에도 덴마크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더 킬링'과 아이슬란드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콘트라밴드'도 미국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핫'한 북유럽 스릴러 작가는 누구일까. 바로 북유럽 스릴러의 자존심, 제2의 스티그 라르손 등 화려한 별칭을 달고 다니는 요 네스뵈다. 그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릴러 작가인데 그가 최근 해리 홀레 시리즈 4번째 작품인 '네메시스'를 출간했다.
책은 저자 스스로 '모든 것이 이 한 컷에 달려 있으며 남은 이야기 전부를 지배할 첫 장면을 쓰고자 했다'고 말할 정도로 인상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들 삶의 의미를 궁금해할 뿐, 아무도 죽음의 의미는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총구를 눈앞에 두고 죽음을 직감한 인물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
또 책은 오슬로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은행 강도 사건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모든 것은 치밀하게 계획돼 있었고 범인은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러나 이 다급한 상황에서 돈을 챙긴 범인이 창구 직원을 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사건을 맡은 형사 해리 홀레는 이 불필요한 살인에 주목한다. 하지만 해리는 옛 여자 친구 안나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가 이튿날 그녀가 죽은 채로 발견되자 사건의 용의자가 된다.
이처럼 저자는 은행 강도 사건과 예전 여자 친구의 자살이라는 두 사건을 번갈아 진행하며 주도면밀한 이야기를 구축해나간다. 이전의 어떤 작품보다 플롯을 구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저자가 자신의 작품 가운데 플롯이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꼽기도 한 이유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거듭되는 반전의 반전은 독자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대담하고 정교하게 그려진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복수의 여신을 뜻하는 책의 제목처럼 인간의 복수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