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 기업은행의 도쿄지점에서도 연이어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이사건이 단순한 개인 비리 문제인지 관행으로 굳어진 조직적 비자금 조성인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자금 흐름의 특성과 계속적으로 비슷한 사안이 적발된 점을 들어 개인 비리보다는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우리·기업은행의 도쿄지점 직원 가운데 일부가 연봉보다 더 많은 금액을 국내로 송금한 사실을 포착하고 유입된 자금의 비자금 활용 여부와 사용처를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에 들어온 금액은 최대 6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다만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라 해당 자금이 불법인지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은행별 자체 점검 과정에서 도쿄지점에 각각 600억원대, 130억원대의 부실대출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를 당국에 신고했다.
당시 두 은행은 대출 과정에서 대가성 금품이 오갔는지 여부 등은 알 수 없다고 밝혔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도쿄지점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관계사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과 기업은행에서도 이번 사건에 관련된 직원이 국내에서 빌딩을 산 것으로 알려져 관행에 따른 비자금일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계에서는 은행의 비자금조성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의견도 속속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관계자는 "언제부터인지 은행들의 자금 관리가 혼탁해지고 있다. 금융환경 악화로 명예퇴직 같은 악재가 많이 터지자 한탕주의 의식이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 경영진의 비도덕적인 경영 행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장들이 먼저 비행을 저지르고 있는 마당에 아래 부하직원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금융계에서는 최근 도쿄에서 일어난 사건이 정황상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이고 이는 오래전 부터 관행처럼 이어 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비슷한 사태가 각기 다른 은행에서 연달아 터질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해당은행들은 이문제가 비자금과는 하등의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관계자는 "개인이 저지른 비리 일 뿐이다. 비자금 조성은 말도 안되는 예기"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이 사건은 금융당국의 소관이 아닌 사법부 소관으로 넘어간지 오래다. 횡령 같은 범죄와 같은 맥락으로 보는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상황이 다급해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관계자들은 "금감원에서 조사 중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며 "현재로선 금감원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 대출 사고를 계기로 사각지대에 놓였던 은행의 해외점포를 집중 점검하는 한편, 은행의 자율적인 상시 점검 강화와 보고서 제출 의무화, 현지 직원 교육 등을 강화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