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강모씨는 인터넷으로 접한 고소득 재택 아르바이트 광고업자에게 일을 구할 목적으로 자신의 통장과 신분증을 넘겨줬다가 큰 코를 다쳤다. 이 업자가 강씨의 명의로 수십개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각종 불법행위를 하다가 경찰에 발각됐는데 강씨의 명의인 탓에 경찰에 들락날락하며 조서를 받는 통에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강씨는 "돈 몇 푼을 벌려다 경찰에게 범죄자 취급을 받는 신세가 됐다"며 "대학 졸업반인데 취업준비는커녕 일상생활이 모두 망가졌다"고 땅을 쳤다.
대포통장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년 약 5만명의 명의로 대포통장이 만들어져 피싱·대출사기 등의 금융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식이 낮은 고령층에 접근해 소정의 대가를 주고 예금통장 계좌를 넘겨받거나 노숙자·지적장애인 등을 도와준다며 계좌 개설에 동행하는 경우도 대포통장 발급 의심 사례다.
지난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대출빙자 사기에 이용돼 지급정지된 대포통장은 5만5000개, 피해액은 71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포통장은 통장을 개설한 사람과 실사용자가 달라 금융경로의 추적을 피해 금융사기에 이용되는 비정상적 통장이나 카드를 말한다. 각종 금융범죄의 숙주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발급된 대포통장은 그 자체로도 문제가 심각하지만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넘어갈 경우 제2·제3의 범죄로 연결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유용한 불법적인 금융시장은 날로 성행하고 있다.
금감원 양현근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휴대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10~20원에 거래되는 데 반해, 대포통장의 경우 통장만 거래하면 30만원, 통장과 현금카드를 합치면 50만원, 여기에 보안카드와 공인인증서 등을 더하면 80만원 등의 유통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지난해 예금통장 매매업자 200곳을 적발해 경찰과 검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감독을 강화하면서 대포통장 발급이 시중 은행에서 새마을금고와 우체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두드러졌다.
대포통장 발급 비중이 가장 높은 농협은행과 농협단위조합은 지난해 상반기 총 68%(23.5%, 44.5%)에서 같은해 하반기 61.1%(20.8%, 40.3%)로 줄어들었다.
신한은행은 이 기간 3.5%에서 2.9%로 감소했고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11.2%, 3.8%에서 2.1%, 0.6%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이 기간 2.4%에서 8.6%로 3배 넘게 늘었고 우체국은 1.5%에서 14.9%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포통장 발급 비중이 높은 금융사를 중심으로 정밀 실태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대포통장 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올해 안으로 기존 피싱사기에만 적용되던 환급제도를 대출을 빙자한 수수료 갈취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