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
권비영/청조사
운명이라 여기고 써내려간 '덕혜옹주'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조국과 운명을 함께한 한 여인과 민족의 아픔을 동시에 그려낸 권비영 작가가 5년 만에 돌아왔다. 그것도 우리 도처에 있는 '은주'와 함께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은주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어여쁜 딸들이지만 그녀는 친절하고 온화한 모습 뒤로 언제나 폭력에 대한 공포에 떨고 있다. 부모로부터 극복하기 힘든 폭력을 당한 아픈 사연을 가슴으로만 끌어안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는 결국 가출을 결심하고 집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집을 나선 은주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이들과 함께 치유해 나간다. 특히 남자치구인 터기 사람 에민과 그의 아버지 파샤는 부정하고 싶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신의 삶을 받아들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여기서 우리는 누구나 지니고 있는 비밀과 다양한 상흔들, 풀리지 않던 비밀, 그리고 처매고 처맸던 치유되지 않는 깊은 상처도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위안과 용기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 가족 안에서 받은 고통과 아픔을 가족 안에서의 소통과 용서를 통해 치유하는 모습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다시 느끼게 된다. 나를 온전히 있게 한 가족의 품에서 나 자신을 찾는 것이다.
더욱이 작가는 터키에서 온 에민을 통해 우리 모두는 서로 구분과 차별 없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더 이상 누군가를 배척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세상인 터.
결국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참고, 배우고, 알아가려는 은주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가족의 의미를 알려주는 셈이다. 내가 살아가려는 인생과 내 가족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품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