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인 영화 '은교' 이후 2년 만에 차기작 '몬스터'를 들고 나온 김고은(23)에게선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신인인데도 어찌보면 건방질 정도로 자신만만해 보였고, 또 달리 보면 흥행이나 인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듯 보였다. 데뷔작에서 자신감 넘치는 연기로 자신을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시킨 이 무서운 신인은 '몬스터'에서도 거침없이 그만의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 "은교도 복순이도 딱 나래요"
'은교'에서 원로 시인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은 관능적이면서 순수한 소녀 은교로 분했던 김고은은 '몬스터'에서는 어린 아이의 지능을 가진 채 살인마 태수(이민기)와 피 튀기는 대결을 펼치는 복순을 맡아 또 한번 파격적인 연기를 했다. 그는 완전히 상반된 성격의 두 인물을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사람들이 '은교' 때도 이번에도 '딱 너던데'라고 하던데요. 실제의 나와 캐릭터의 경계가 없었다는 뜻 같아요. 은교와는 말투가 비슷했고, 복순이와는 웃음 같은 특정한 행동이나 분위기가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시사회를 본 가족들의 반응은 또 달랐다. 김고은은 "가족의 첫 반응이 '아이고'였다. 평소 가족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영화에서는 엎어지고 뒹굴면서 고생하니까 안쓰러워 보였나보다"며 웃었다.
영화 '몬스터'의 김고은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예쁘게 나오지 않으면 어때요"
지능이 떨어지는 복순을 표현하고자 할머니처럼 촌스러운 의상을 입은 채 돌발 행동을 하고 때로는 욕도 퍼붓는다. 김고은인줄 모르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같은 배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싱그러운 은교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어냈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예뻐야 하는 역할인데 예쁘지 않게 나오는 게 부담스러운 거죠. 외형적으로 예쁘기보다는 말투와 표정으로 사랑스러움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외모적인 부분보다 더 고민을 했던 것은 복순의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 였다. "연기가 쉽지 않았다. 감독님은 복순이 어떻게 보면 바보같지만 어떻게 보면 정상 같게 보였으면 했다. 그러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상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다. 촬영 내내 이 점이 숙제였다"고 털어놓았다.
"연기에 확신이 없어서 촬영하면서 행복과 불만을 왔다갔다 했어요. 연기 욕심이 워낙 많아서 치열하게 노력하는 편이라 더욱 그랬죠. 어렵다고 포기를 한다면 나중에 영화에 나온 제 모습을 봤을 때 견디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러나 그렇게 해서 좋은 연기가 나왔을 때는 하루가 행복했죠."
◆ "난 배우일 뿐 스타가 아니랍니다"
자신은 배우일 뿐 스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은교'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주목받다가 대뜸 휴학 중이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복학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인 듯 했다. 2년 만의 차기작인 이 작품에서도 스타라는 것은 잊고 살았다.
"복순에 몰입한 탓에 촬영장에서 미친 것처럼 지냈어요. 그 덕에 저도 스태프도 즐겁게 촬영했죠. 한번은 종로 한복판에서 촬영 중간에 갑자기 춤을 췄더니 스태프들이 '너 그래도 배우인데 이래도 되느냐'면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둘러싼 일도 있었답니다. 하하하."
다음 작품으로 올 상반기 개봉 예정인 액션무협사극 '협려: 칼의 기억'을 택해 전도연의 딸 설희 역으로 관객과 만날 그는 "'은교'를 할 때부터 스타가 되기 보다는 묵묵히 해나갈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게 내게는 가장 멋있다. 관객들이 나를 궁금해할 때쯤 작품을 들고 나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