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2016년까지 경제관련 규제 2200개를 줄여 전체 규제량을 현재의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신설되는 규제를 관리하기 위한 영국식 '규제비용총량제(cost-in, cost-out)'를 내년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 규제 때문에 고충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각 분야의 다양한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도 참여해 전체 참석자 규모는 150명을 넘어섰다.
이날 회의는 민간인 참석자가 규제로 인한 애로점 등을 설명하면 박 대통령이 직접 대답하거나 관련 부처 장관이 답변하는 '끝장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 박 대통령 "규제개혁은 한국 살리는 조치"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지난해 외국계 전문기관 맥킨지는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로 비유하면서 특단의 개혁조치 없이는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경제관련 규제개혁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살리는 특단의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입장에 서서 가급적 '되는 방향'으로 규정을 해석하고, 안 된다는 규정에 대해 의문을 품고 개선하는 공무원이 우대받는 공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는 공무원들의 평가시스템을 전면 손질해서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무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매년 평가를 통해 규제개선 실적이 우수한 부처와 공무원에게는 예산과 승진, 인사 등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보신주의에 빠져 국민을 힘들게 하는 부처와 공무원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 막는 규제는 우리 경제의 암 덩어리지만, 복지와 환경, 개인정보보호와 같이 꼭 필요한 규제들도 있다"며 "부처별로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구분해서 좋은 규제는 더 개선하고, 나쁜 규제는 뿌리를 뽑으라"고 지적했다.
◆ 네거티브 규제·효력상실형 일몰제 적용
국무조정실은 현재 1만5269건으로 집계된 등록규제를 박근혜 정부의 임기말인 2016년까지 80% 수준인 1만3069개로 줄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경제관련 규제 1만1000개를 중심으로 올해 10%(1100개) 감축 목표를 세우고 부처별 특성에 맞게 감축량을 할당하기로 했다. 각 부처의 규제정비 추진 실적은 연말께 국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아울러 일정기간 후 규제효력을 자동으로 없애거나 존속 여부를 재검토하는 '일몰제' 적용을 전체의 12%(1800건)인 현재 수준보다 확대해 임기 내 50%(7500건)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새로 생겨나는 규제를 관리하기 위해서 영국식 '규제비용총량제'를 내년부터 전면 시행한다. 이는 규제 신설시 '비용기준'으로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국민과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규제관련 비용의 총량이 더 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7월 국토교통부, 환경부, 중소기업청 등 7개 부처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한 후 내년 1월부터 이를 전면 실시한다.
4월부터 모든 신설규제에 '네거티브 규제방식'과 '효력상실형 일몰제'를 원칙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네거티브 방식이란 제도나 정책 등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규제를 통해 금지하는 것이고 효력상실형 일몰제는 5년 단위로 규제가 자동으로 효력을 잃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미등록 규제를 대거 발굴해 감축하고 '손톱 밑 가시' 민원에 대해서는 부처가 3개월 내 직접 소명하는 제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 박용만 회장 "복합규제 가장 큰 문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복합규제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일부 부처만 개혁해선 성공할 수 없다. 공장 신증설 등 사업 추진 대부분이 복합규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형태의 생활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동네피자점은 배달이 되는데 떡가게는 떡배달이 안된다는 점, 기초상비약의 슈퍼 판매가 성공적이었다는 점,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설치는 한류상품의 온라인구매를 어렵게 했다는 점 등을 사례로 들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업들이 제품 인증을 받는데 과다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지적이 나오자 "중복 인증 해소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국가표준(KS)을 국제 인증과 연계해 한번 인증을 받으면 다른 인증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상반기 중 시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