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가 60년 만에 러시아 품으로 돌아갔다.
주민투표 통과 일주일도 안 돼 크림반도 병합 절차를 마친 러시아의 거침없는 행보에 미국과 유럽은 당황하고 있다.
◆러시아, 거침없이 크림 병합=21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림렌궁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크림 공화국 등의 러시아 병합 조약 비준안과 새 연방 구성원 수용에 관한 연방 법률안에 사인했다.
크림 공화국의 러시아 병합을 위한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림을 새로운 연방지구로 지정하고 올렉 벨라체프를 크림 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로 임명했다. 크림공화국과 세바스트폴 특별시는 병합 조약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의 84번째와 85번째 구성원의 자격을 얻었다.
이에따라 희망하는 크림 주민은 모두 러시아 국적을 획득할 수 있다. 크림 내 공식 언어는 주민들의 민족 구성을 고려해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크림 타타르어 등 3개 언어로 하기로 했다.
크림의 공식 통화는 러시아 루블화로 바뀌지만 2016년까지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도 허용된다.
◆서방 해법은 안갯속=러시아에 대한 대응책을 둘러싼 서방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내놓은 1,2단계 제재가 사실상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자산동결 및 여행금지 제재 대상에 20명의 러시아인과 은행 1곳을 추가했다. EU도 이에 호응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 12명을 추가로 제재하고 6월로 예정된 EU-러시아 정상회의도 취소했다.
전날부터 브뤼셀에 모여 우크라이나 해법을 논의했던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의 체제 안정과 경제난 극복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합의안에 서명했다.
EU 정상들은 더 나아가 옛 소련연방국인 조지아와 몰도바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협력협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확실한 제재 카드가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전면적인 금융자산 동결과 교역 중단 등 경제적 제재는 상당한 부메랑 효과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가스 수요량의 3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고 영국은 러시아 자금의 국제허브라는 점에서 경제전쟁으로의 확전을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더 높은 동유럽 국가들은 경제 제재의 부메랑 효과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에따라 크림반도에 국한한 교역 중단 조치의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