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런 서울 런'의 코시카 다카시 감독, 히로사와 소우, 다케다 히로미츠(왼쪽부터)가 관객과 만나기 위해 오키나와 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한일 외교갈등과 문화 교류 침체 속에 양국 젊은이들의 우정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돼 관심을 모은다. 21일 개막한 '제6회 오키나와 국제영화제'의 '커뮤니티 베이스드 무비즈' 부문에 초청된 단편영화 '런 서울 런'은 일본인 감독과 배우, 한국 개그맨 김대희가 참여하고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요시모토흥업의 한국지사인 요시모토 서울이 제작해 양국 영화 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준비를 마쳤다.
  
  
'런 서울 런'의 제작은 출발부터 흥미롭다. 한국이 좋아 서울을 찾은 일본의 세 남녀가 우연히 타국에서 만나 의기투합했다. 이 영화의 코시카 다카시(33) 감독은 2012년부터 한국 생활을 하다 홍대앞의 미용실 주인의 소개로 남자 주인공 다케다 히로미츠(33)를 만났다. 다케다는 2006년부터 한국에서 어학 공부와 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
  
  
요시모토흥업 소속 배우이기도 한 다케다는 소속사에서 한일 합작영화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코시카 감독에게 전했고, 코시카 감독은 일본에서 알고 지내던 히로사와 소우(35)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8개월간 한국 생활 경험이 있던 히로사와는 다시 찾은 서울 여행길에 영화 촬영을 병행했다.
  
  
"세 명이 만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한국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 모두 같았어요. 한류가 일본에 전해지기 전부터 한국영화에 빠져 한국 영화계에 도전하게 된 거죠.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시나리오·촬영·연기·편집이 완벽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를 보고는 리얼한 표현과 에너지에 큰 충격을 받았을 정도였죠."(코시카)
  
  
"1999년 비디오 대여점에서 한국영화를 처음 접한 뒤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모두 섭렵했어요. 김 감독 영화에서 풍기는 특유의 냄새가 저와 정말 잘 맞았어요."(다케다)
  
  
"'쉬리'를 보고 일본은 물론 아시아 어느 나라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동을 맛봤어요. 그리고 '살인의 추억'을 보고 한국행을 결심했죠."(히로사와)
  
  
  
   
   
    영화 '런 서울 런'의 한 장면. 다케다 히로미츠(왼쪽)와 김대희.
    
   
  
  '런 서울 런'은 말 다툼 끝에 무작정 한국으로 가버린 여자친구 카오리(히로사와)를 찾기 위해 서울을 헤매던 카즈(다케다)가 일본인과 결혼을 꿈꾸는 한국인 청년 화영(김대희)과 만나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다. 20분의 짧은 러닝타임 속에 양국 문화의 차이와 서로에 대한 편견, 화해는 물론 서울의 주요 관광지까지 담아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함께 위트가 담긴 대사도 인상적인 작품이다.
  
  
"2년간 한국에서 살면서 느낀 한국 사람들만의 힘과 정을 일본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어요. 이번 영화도 한국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완성하지 못 했을 거예요. 자신의 일도 아닌데 친구를 위해 희생하는 우정과 의리는 일본에서 결코 경험해보지 못 했죠."(코시카)
  
  
코시카 담독은 "외교 문제는 복잡하고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정작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것은 그런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라며 "자신의 나라에서 받은 교육은 다르지만 중요한 건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려고 하는 노력이다.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고 하면 지금의 한일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