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통화 장애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하성민 대표이사(왼쪽 셋째)와 SK텔레콤 임직원들이 대응책을 말하고 있다. /장윤희기자
"목요일 저녁이 택시 대목인데 손님을 받을 수 없었다. 이유라도 알면 다른 대책을 찾았을텐데…."
국민 5명 중 1명은 한밤에 통화 장애를 겪었지만 5시간 동안 아무런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수화기 너머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이오니…'란 기계음만 무심히 들렸다.
하성민 SK텔레콤 대표이사가 직접 대고객 사과에 나섰지만 SK텔레콤의 미숙한 초기 대응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사고가 터진 20일 저녁 SK텔레콤은 '일부 고객들에게 장애가 발생했다'면서 피해 규모, 대응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SK텔레콤 홈페이지 접속도 불통이었다. 목요일 저녁 회식을 마치고 대리운전을 부르려는 고객,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기사, 배달 물량이 밀린 택배원, 중요한 미팅이 있는 직장인 등은 알 수 없는 통화 장애로 유무형의 큰 손실을 입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갑작스런 불편을 겪은 고객들의 'SKT 통화 장애 이유' 'SKT 통화 불통' 검색어로 도배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용량이 많은 오후 6시에 복구 작업을 하느라 통화 장애 규모가 더욱 커졌다, 정확한 고장 규명은 상당 시일이 걸릴 것 같다"면서 "자정 무렵에 통화 정상화가 이뤄져 고객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회사 주총이 오전에 잡혀 오후에 곧바로 대응책을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K텔레콤의 통화 장애 직접 피해자는 예상치 60만명의 9배를 뛰어 넘는 560만명으로 집계됐다. 시장 점유율 50%대인 업계 1위 SK텔레콤 가입자 수가 2700만명임을 감안하면 간접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진다.
하성민 대표이사는 이튿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20일 오후 6시부터 발생한 통화 장애로 고객 약 560만명이 직접적 피해를 입었다"면서 "그동안 통화 품질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이번 사고로 깊은 반성을 했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당초 SK텔레콤은 이날 네트워크부문장 등 관련 임원진을 중심으로 사고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으나 하성민 대표이사가 새벽에 소집한 임원회의에서 직접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피해 보상금 10배 수치, 각종 대응책 등이 결정됐다.
한 택시 기사는 "목요일은 직장인 회식이 가장 많을 때로 택시 업계 대목"이라면서 "손님이 제일 많을 시간에 통화가 안 되니 피해가 막심하다, 제대로 된 안내도 없었는데 보상금 지급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산업이 커지고 관련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장비 관리에 더욱 비상이 걸렸다"면서 "SK텔레콤 통화 장애를 계기로 피해자 확산을 막는 초동 대응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