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현성(44)의 인상은 서늘한 눈빛에서 비롯된다. 범인이 아니지만 범인일 것 같은 그의 눈빛은 시청자 뇌리에 각인되기 충분하다. 그러나 치아를 보이며 활짝 웃으면 한없이 순박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모습은 또 다른 반전이다. 현재 SBS 수목극 '쓰리데이즈'에서 경호실장이자 저격범인 함봉수 역과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준우·준서 아빠로 상반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그를 만났다.
◆ '쓰리데이즈' 경호실장·저격범 함봉수
장현성이 연기한 함봉수는 '쓰리데이즈' 5회(19일)에서 경호관 한태경(박유천)의 총에 맞아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는 "회상신에서 나올 것 같아요.회상이라는 것도 새로운 과거가 밝혀지는 것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거나 다름없는 시간이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지난해 가을 '쓰리데이즈' 출연을 결정하고 촬영을 기다리는 동안 경호 훈련은 물론 무인느낌이 나는 사람들을 연구했다고 한다. "대통령 경호관은 제압보다는 대통령을 지키는 게 먼저라고 해요. 관찰해보니 언제나 날이 서있고 몸과 두뇌가 명석합니다. 에너지 자체가 달라요. 이 부분을 중심으로 궁리했습니다."
그는 "'쓰리데이즈' 속 인물들은 조국을 위해 움직인다. 각자에게 명분이 있고 그들이 가진 다양한 감정의 결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함봉수는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다. 단지 현재의 조국을 위하는 마음만 있기 때문에 내란음모죄까지 행하며 중범죄를 일으킨 것"이라며 비극적인 결말을 알면서도 폭주처럼 달려가는 함봉수를 그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장현성의 이미지는 '섬뜩'에 가깝다. '쓰리데이즈'에서도 함봉수를 피해 침대 밑에 숨은 이차영(소이현)을 바라보는 눈빛 하나로 작품을 공포물로 착각하게 했다.
"섬뜩한 이미지를 콤플렉스로 느낀 적이 없어요. 오히려 대학로에서 연극할 때는 교회오빠의 느낌이 나 일정 수의 팬도 있었죠. 코믹부터 온화한 캐릭터까지 다양하게 연기해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도 짓밟히다보면 악에 받치게 되고, 악당같은 사람일지라도 집에 가면 자상한 아빠일 수 있잖아요. 복합적인 모습을 같이 표현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 YG패밀리의 새 식구
장현성은 지난 1월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배우 일을 하면서 매니저를 바꾼 적이 없어요. 그 매니저가 YG와 일을 하게 돼 같이 오게 됐죠. 예전에 농담삼아 3대 기획사에 들어가면 6개월 안에 힙합 앨범 낼 거라고 다짐했는데 아직 빅뱅도 못봤어요."
이어 "YG에 들어오기 전엔 뮤지션들이 강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는 걸로만 알고 있다. 그런데 매니저부터 경비원, 식당 아주머니까지 회사 분위기 자체가 건강했다. 조직은 화제가 되고 경제적 부가가치가 생기는 게 중요하지만 분배가 돼야 한다. 그 부분에서 YG는 활력이 넘쳤다"고 새 회사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 '슈퍼맨 아빠' 인간 장현성
포털 사이트에 '장현'을 치면 유명 아이돌보다 '장현성'이 먼저 뜬다. 그를 대세로 만든 건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고 "인간 장현성에게 여유를 준 계기"라고 그는 말한다.
"'슈퍼맨' 섭외는 전화로 왔어요. 처음엔 아이들이 구경거리가 될까봐 혹은 반대로 아이들이 TV에 나온다고 으스댈까봐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둘 중 어떤 경우라도 감지되면 그만둔다고 제작진에게 말했어요. 또 배우 장현성의 몰입도가 떨어지면 그만둔다고 했죠. 다행히 양쪽 다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 거 같아요."
큰 아들 준우는 훈훈한 외모로 이미 차세대 배우로 점쳐지고 있다.
"배우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나만 열심히 하면 오래할 수도 있는 직업이죠. 그런데 경쟁률이 치열해요. 부모마음은 다 똑같은가봐요. 준우가 그냥 공무원이나 평범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자기가 죽어도 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요."
예능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덕에 출연 제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예능보다는 라디오 DJ 섭외가 가끔 들어온다고 한다. 라디오 부스 안에 있는 장현성의 모습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