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의 황제' 이승환(49)이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다. 4년 만에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를 선보인 그는 올해 데뷔 25년째를 맞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신인가수 못지 않다. 1989년 스물다섯의 나이로 1집 'BC603'으로 데뷔해 공연 중심으로 활동하면서도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덩크슛' '한 사람을 위한 마음' '플란다스의 개' '천일동안' 등 10장의 정규 앨범과 14장의 스페셜 앨범을 발매하며 무수한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그는 "2010년 10집 '드라마이저'를 발표하고 2년 정도 시간이 지나자 좀이 쑤셔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주체할 수 없는 창의력 때문에 이번 앨범을 발매했다"고 말했다.
◆ 모든 열정 쏟아붙다
이승환이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은 11집 '폴 투 플라이'의 의미는 남다르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음반제작을 했고, 4억8000만원의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했다.
"10집이 생각보다 주목받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죠. 그래서 이번 앨범은 대중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다만 완성도 만큼은 놓치지 않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엔지니어링 작업을 했죠. 완성도 면에서는 흠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마스터링 했어요."
여기에 자신의 음악적 매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곁들여졌다. 현대적 감각을 끌어들여 시대와 호흡하려는 시도도 묻어난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팝재즈 싱어 바우터르 하멀과 앨범작업을 했고 유성은과 러쉬·이소은 등이 피처링에 참여했어요. 젊은 층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죠.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그동안 제 자신만의 음악 속에 갇혀 있었다는 거였어요."
◆ 파격 마케팅 아티스트 극찬 이어져
이승환은 그동안 대다수의 곡을 직접 작사·작곡해 왔다. 이 때문에 앨범 발매 전까지 그의 앨범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타이틀곡 '너에게만 반응해'의 기타·드럼·베이스 등을 소속사 공식 페이스북에 트랙별로 공개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승환은 "대중음악을 공부하는 학생을 위해 사운드 메이킹 노하우와 레코딩, 믹싱 비법을 알려주고자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반응은 뜨겁다.
음악 친구인 윤상은 "리얼 연주에 갈증을 느껴온 후배 뮤지션들을 위한 이승환의 도발적인 서비스"라고 짧지만 강렬한 촌평을 남겼다. 작곡가 김형석은 자신의 트위터에 "연주자들도 미국 최고의 세션들이네. 음악을 함께 즐기고 싶은 진정한 아티스트의 자세다. 트랙들도 너무 좋아"라고 적었다.
이승환은 "인디 뮤지션과 록밴드 후배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소통하고 있다"며 "음악 시장이 좀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승환은 카카오톡에 짤방(짤림 방지) 공유 이벤트를 진행하며 대중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 향후 행보 관심
이번 앨범은 전편과 후편으로 나뉘어 공개된다. 전편 '폴 투 플라이-전'이 가요계 트렌드에 초점을 맞췄다면 후편은 이승환의 음악 색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지난 4년간 총 40여 곡을 작업해 그 중 20여 곡을 이번 정규 11집으로 추려냈다"며 "전편이 대중성에 초첨을 맞췄다면 후편은 록적인 음악과 음색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1000회에 가까운 공연 무대에서 상상 이상의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냈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도 결코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70세까지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