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이 1%대 '바닥 금리'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기예금에 묶였던 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있다. 이는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한 데 따른 것.
신한은행의 민트 정기예금 기본금리(3개월 만기)는 연 1.6%까지 내려왔다. 온라인 전용 상품에 가입해야 겨우 2%대 금리(2.39%)를 받을 수 있다.국민은행의 국민슈퍼정기예금 금리(3개월 만기)는 연 1.9%, 산업은행의 KDB드림 맞춤 정기예금은 1.95%다.
만기가 1년을 넘는 정기예금 상품 중에는 2%대 중후반 금리를 적용받는 상품이 있지만, 금리는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이달 24일부터 1년 만기 민트 정기예금과 두근두근 커플 정기예금, 스마트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모두 연 2.5%에서 2.4%로 0.1%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의 국민슈퍼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도 지난달 24일 2.59%에서 2.56%로 0.04%포인트 하락했다. 은퇴자 등 이자소득 계층이 1억원을 2.4%짜리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한 해 받는 이자는 240만원이다. 여기서 이자소득세를 빼면 주머니에 남는 돈은 203만400원으로 매월 16만9200원 꼴이다.
한은의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2.3%인 점을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이 집계한 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지난해 11월 2.58%에서 12월 2.66%로 반등했다가 올해 1월 다시 2.63%로 내렸다.
저금리로 인해 정기예금 매력이 떨어지면서 시중은행 정기예금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이 장기적으로는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은행 정기예금 규모는 558조8983억원이었다. 2012년 말보다 16조8084억원(2.9%) 감소했다. 은행 정기예금이 줄어든 것은 8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2008년 300조원대에 달하던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010년말 500조원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올라섰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 3년간 정기예금 잔액은 50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기예금 연평균 증가율은 지난 9년간 9%에 달했지만, 지난해 정기예금 증가율이 0.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비해 요구불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 부동자금은 712조8854억원으로 사상 처음 700조원을 넘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예금 선호도가 약화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시중은행들의 재원조달 안정성이 떨어져 원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럴 때는 정기예금 금리보다 좀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에 눈을 돌려야 한다"며 "정기예금금리에 플러스알파를 얻을 수 있는 중수익·중위험 상품이나 세금우대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정기예금 이탈현상이 심화될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향후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도 예대율 규제라는 보완장치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