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때 저렴하다는 이유로 마치 필수처럼 여겨지고 있는 물품 가운데 60% 정도가 오리혀 온라인몰에서 더 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롯데·신라·신세계·동화·워커힐·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면세점 등 7개 면세점에서 판매중인 30개 상품의 가격(3월 19일, 환율 1069.2 기준)을 조사한 결과 절반(56.6%)이 넘는 17개 제품의 가격이 국내 대형 인터넷몰보다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결국 많은 소비자들이 부가세 등 세금 면제로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고 생각해 고가의 유명 브랜드 제품이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품까지 면세점에서 예비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화장품·잡화류·전자제품의 절반가량은 시중 인터넷 몰보다 가격이 비샀다.
화장품의 경우 조사대상 7개 제품 모두 면세점 최저가격이 온라인 몰 최저가보다 비쌌다. 국산 제품은 물론 수입 화장품도 온라인몰이 2.5%~ 41.3% 저렴했다.
향수인 불가리 OMNIA CORAL(40㎖)의 면세점 최저가는 5만5474원(신세계 면세점)이었지만 온라인몰 최저가는 3만2540원(11번가)으로 2만3000원(41.3%)가량 낮았다. 겐조 플라워 우먼 50㎖역시 11번가에서 4만3150원에 팔리지만 워커힐면세점에서는 5만8735원(면세점 최저가)이어서 1만5000원 가량(26.5%) 비쌌다.
면세점 인기품목인 선글라스 등 패션 소품 역시 모두 면세점 판매가격이 더 비쌌다.
신세계면세점에서 20만4565원에 판매중인 비비안웨스트우드(VW803-03)를 G마켓에서는 15.2% 저렴한 17만3430원에 판매했고, 톰포드(FT0211/1A) 역시 32만9529원인 워커힐면세점보다 인터파크 가격이 11%(29만3160원) 쌌다. 구찌 (D28 JJ)는 0.5%의 미미한 가격차를 보였다.
건강식품과 면도기·이어폰 등 전자기기 역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높지 않았다. 면세용으로 판매되는 정관정 로얄 플러스는 신라면세점에서 가장 저렴한 18만813원에 판매 중이었지만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플러스는 11번가에서는 16만7950원에 구입할 수 있다. 플러스 로얄은 홍삼근 100%, 홍삼정 플러스는 홍삼근 75%와 홍미삼 25%로 구성되어 있으며 용량은 240g 동일하다.
종합비타민인 세노비스 트리플러스는 온라인 구매 시 무려 39.7%나 쌌다. 신라면세점가가 3만7446원 인데 반해 옥션 판매가는 2만2580원이었다.
다만 GNC 달맞이꽃종자유 1300은 면세점 가격이 온라인 몰보다 절반 가까이 쌌다.
IT기기도 4개 제품 중 2개는 면세점이 비쌌다.
뱅앤올룹슨 이어폰 A8(블랙)은 면세점가(16만6904원)보다 옥션가가 3만8600원 가량(23%) 더 저렴했고 브라운면도기는 가격차가 10원 단위에 불과했다. 카메라 2종(삼성 카메라 EV-NX2000AFW, 캐논 EOS M22 (WH))은 면세점이 온라인 몰보다 15%정도 저렴했다.
해외여행의 필수 구매 품목으로 여겨졌던 명품브랜드 가방 및 지갑도 병행수입 등의 유통채널 활성화 되면서 8개 중 3개 제품의 가격이 온라인 몰보다 비쌌다.
고가 제품인 MULBERRY (HH7539 080 A237)의 경우 신세계가 운영하는 SSG닷컴 판매 가격이 145만원 가량으로 면세점 최저가인 204만원보다 50만원 이상(28.8%) 저렴했다. BALLY 남성 토드백 (TENO-MD/261) 역시 신라면세점 가격이 140만 원대인 것에 반해 11번가는 40만원(28.6%) 저렴한 100만원 대에 판매 중이었다.
온라인 몰 제품의 경우 병행수입품이 많아 가격은 낮지만 AS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면세품 역시 브랜드에 따라 AS및 교환 및 환불이 온라인 몰보다 더 제한적이었다.
MULBERRY, BALLY, LONGCHAMP의 경우 구입처에서만 AS 접수가 가능하고 백화점 등 고객 편의성이 높은 통로를 통해서는 불가능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했다면 직접 구매처까지 방문하거나 택배 접수를 해야 한다.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등과 달리 사용 중 AS가 보장돼야 하는 품목을 구매할 계획이라면 브랜드별로 반드시 AS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반면 세금이 많이 붙는 술이나 담배는 여전히 면세점이 크게 저렴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제한적인 유통 구조로 인해 세금 면제 시 큰 가격혜택을 볼 수 있었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며 "병행수입 및 해외직구가 활성화될수록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면세품이 무조건 저렴하다고 맹신하지 말고 가격을 꼼꼼히 비교한 뒤 구매결정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