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제공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기업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26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국가미래연구원 주최로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산업은행과 은행연합회가 후원으로 마련된 이날 세미나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기업구조조정의 현황 및 문제를 살펴보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이날 첫 번째 세션의 발제를 맡은 김광두 서강대 석좌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의 혁신 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업의 방만 경영과 사후적 구조조정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국민세금 부담으로 특정기업이나 금융사들의 부실을 메우는 도덕적 해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며 "채권자인 은행과 기업간의 거래로 발생하는 손실은 국민세금이 아닌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선제적 구조조정이 안 되는 이유로 ▲부실기업 계열주의 경영권 집착에 따른 구조조정 거부 ▲금융기관의 채권회수 위주의 정책 ▲금융정책당국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경험과 노하우 부족 ▲금융정책당국의 구조조정 기본원칙에 충실한 지도감독 미흡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 부족과 정치 논리 강요 ▲M&A 인프라의 미흡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에는 '주채무계열제도'와 '재무구조개선 약정제도'를 들 수 있다"며 "새로운 시스템은 은행·기업들과 주주, 채권자 경영자 등 그 내부 관련 당사자들의 책임성이 확립되고 그들의 의사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그들 내부에서 부담하는 원칙의 확립, 즉 Bail-in을 근간"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자들이 보유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채권 일부를 상각해 파산을 막아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
홍기택 KDB산은지주 회장은 "업주들의 과도한 경영권 애착과 미흡한 기업경영전략으로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실패하는 기업이 발생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좀비기업으로의 자원 유입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동수 KDI 금융정책연구부장 역시 "부실기업의 계열주의 경영권 집착이 기업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주장에 동감한다"며 "구조조정에는 투명성과 책임성 부분의 제도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이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자체적인 구조조정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다만 베일인 방식은 촘촘히 설계되지 않은 경우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어 더 디테일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금감원 기업금융개선 국장도 "많은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기업들과 만나면서 나름의 에로 사항도 있다"며 "워크아웃의 경우 채권단들이 75% 이상, 자율협약인 경우 100% 이상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또 "은행들 마다 여신 규모나 성격, 담보, 만기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용석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부장은 "선제적인 구조조정 현실화에 앞서 실무적인 측면에서 회계장부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신용평가사의 정확성, 금융기관들이 업적 추진에 따른 사후 인세티브와 패널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홍기택 KDB산은지주 회장이 축사를 하고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그램 노드 무디스 이사, 권오규 카이스트 교수,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토론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