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무용만 알고 살던 소녀가 미스 춘향 선발대회에 나가서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치킨이 맛있는 데가 있다"는 친구의 말에 이끌려 야구장을 처음 찾았던 순간부터 시작된 윤태진(27)과 야구의 인연은 올해 '아이 러브 베이스 볼'에서 절정을 맞이할 예정이다.
◆ '멀티플레이어'가 더 어울리는 아나운서
인터넷 검색창에 '윤태진'을 검색하면 다양한 연관 검색어가 뜬다. 미스 춘향, 막춤, 윤태진송 등. 윤태진은 대학생시절 미스 춘향 선발대회에 나간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합숙 첫째 날 오리엔테이션 장기자랑에서 막춤을 선보였고, 그 영상이 아직까지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윤태진은 "참가자 중에 최고령이라서 뒤로 슬쩍 빠져있었는데 마지막까지 미루다 막춤 차례가 돼서야 나갔다. 순간 승부욕이 발동해 춤췄다"며 "입사 후 회식 때도 막춤을 선보였더니 반응이 좋았다. 선배들 말로는 이런 아나운서는 내가 처음이라 하더라"고 말했다.
윤태진 아나운서에겐 다른 아나운서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윤태진은 그 매력을 스스로 '깝'이라고 표현했다. 아나운서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털털한 그의 성격은 최근에서야 방송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선배들이 늘 네 원래 성격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사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기도 했고요."
그렇게 탄생한 '알럽베송'은 그의 매력을 제대로 잡아냈다. 전지 훈련장 야구 선수들 틈바구니 속에서 윤태진은 우크렐레 하나를 들고 미묘하게 음이 엇나간 노래를 부른다. 윤태진은 "음정은 일부러 안 맞게 한 거예요. 재미있으라고"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 아나운서는 내게 있어서 '신세계'
네 살 때 부터 무용을 시작해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무용을 전공했던 윤태진에게 미스 춘향 선발대회 출전은 태어나서 첫 일탈이었다.
윤태진은 "어릴 때부터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끼가 넘친다'는 것 이었다"며 "아나운서로 제2의 삶을 시작하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나운서가 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KTX를 타볼 만큼 무용 하나만 알고 살았다고 한다. 아나운서가 된 계기는 "무용할 때부터 그 짜릿한 기분이 좋았다"며 "어떤 일이든 사람들 앞에 서거나 무대 위에 서는 일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입사 4년차인 그는 "일로는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전부 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올해 처음으로 메인 MC자리를 맡아서 긴장되긴 하지만 그 느낌마저 좋다"고 말했다.
◆윤태진의 '아이러브 베이스볼'
야구 매거진 프로그램의 원조인 '아이 러브 베이스 볼'의 MC 자리가 주는 의미는 상당하다. '야구여신'을 만들어낸 자리이기에 야구팬들의 기대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올 시즌 '아이 러브 베이스볼'의 주중 MC로 발탁된 윤태진은 "사실 많이 부담된다. 지난 5년 동안 최희 선배가 하던 프로그램을 맡게 돼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최희 선배의 색을 지워 나가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올 시즌이 끝나고 나면 윤태진의 '아이 러브 베이스 볼'로 만들고 싶어요."
최근 프리 선언을 하고 회사를 떠나는 여자 아나운서들이 많다. 윤태진 역시 선배들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
"삼성 라이온즈 안지만 선수를 인터뷰할 때 오승환 선수의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이 크지 않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사실 그건 제 입장이기도 했어요. 팬들이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 할 때 남겨진 사람들의 부담감은 엄청나거든요. 그때 안지만 선수가 '어떤 것이든 시키면 다 잘할 수 있다'고 답했는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이제까지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잘할 수 있어요."
·사진/김상곤(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