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아역배우 진지희는 여전히 '빵꾸똥꾸'로 남아있겠지만 TV 밖에서 만난 16살 그는 어엿한 숙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빵꾸똥꾸'라는 수식어가 지겹거나 놀림 받아서 싫지 않았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놀림 받은 적도 없다"며 "날 그렇게라도 기억해주고 알아봐주니 기쁘기만 하다"고 어른스럽게 답했다.
◆캐릭터 분석도 꼼꼼하게 하는 여배우
최근 종영한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진지희가 맡은 이세라는 사춘기 소녀가 할 수 있는 사소한 반항부터 임신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파격적인 캐릭터였다.
스스로를 반항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착한 딸이라 설명한 그는 세라를 연기하기 위해 대본 분석뿐만 아니라 10대 미혼모 기사를 찾아보거나 주위의 소위 '나쁜 친구들'을 관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세라도 그렇고 뉴스에서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고 10대 아이들이 엄청 과격하고 나쁜 짓을 많이 한다고 볼 수 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 그건 소수예요. TV나 신문을 통해 보여 지는 것들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거죠."
캐릭터 분석을 위해 뉴스까지 찾아보는 프로다운 모습을 갖춘 그는 주변 사람들을 모두 연기 스승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세라라는 캐릭터가 너무 어색하고 어려웠어요. 하지만 감독님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세라가 어떤 아이인지 분석을 했죠.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과 선배님들 덕분에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감독님이 선생님처럼 무섭기도 하셨지만 대기실에 있을 땐 임예진 할머니랑 최정윤 엄마랑 수다 떨면서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죠."
◆공효진 언니 같은 배우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그는 닮고 싶은 배우로 공효진과 하지원을 꼽았다.
"하지원 언니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공효진 언니의 당당한 모습을 배우고 싶어요. 아직 중3이라서 구체적인 목표는 잡지 못했지만 대학교에 진학한다면 굳이 연극영화과가 아니더라도 연기에 도움 되는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그는 어린 나이지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차근차근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었다.
"아역 배우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할리우드에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왔죠. 이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세라가 조기유학을 다녀온 역할이라 그동안 준비해왔던 영어 실력이 부족하지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연기와 학교 두 마리 토끼 잡기
그는 브라운관 밖에선 수학을 가장 어려운 과목으로 꼽고 친구들과 방과 후 떡볶이 먹으러 갈 생각에 부푼 그저 귀여운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다. 다만 또래들과 그가 다른 점은 연기와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힘들어요. 스트레스도 받고요. 하지만 학교는 제가 학생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연기는 하고 싶은 일이라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아요. 오늘도 스케줄 때문에 학교를 못 가서 걱정이에요. 자주 빠지면 수업 따라가기도 어렵고 또 친구들이 뭐 하고 놀았는지 궁금하고, 아쉽고, 같이 놀고 싶고 그래요."
지난해 2학기 전교 부회장으로 선출돼 이번 학기부터 학생 임원으로 활약할 정도로 학교생활에 적극적인 그는 친구들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에 화색을 띄며 학교 이야기를 늘어 놓으면서동시에 배우의 면모도 잊지 않았다.
"부회장이 된 건 작년 담임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시고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절 밀어줘서인 것 같아요. 인기가 많고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얼마 전엔 친구들이랑 수업 끝나고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보러 갔어요. 심은경 언니의 연기를 보니 밝고 사랑스러운 역할도 하고 싶더라고요. 아역 배우 출신 언니 오빠들이 연기로 인정받고 좋은 역할을 맡는 걸 보면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