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가 여성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강력한 제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론칭한 에스티로더그룹의 조말론부터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한 아닉구딸, 신세계의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국내 기업과 손잡고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많은 해외 브랜드만 봐도 향수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영국 리서치 기관인 유로모니터는 우리나라 향수 시장 매출액 성장세가 2016년 5000억원이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향수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향수가 다른 이와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류나 가방은 더 이상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에서 멀어졌고 향수가 어느 정도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수석연구원은 "뉴욕 아티스트 마르틴카 바프르지니아크(Martynka Wawrzyniak)는 자신의 겨드랑이·머리·땀 등을 정제해 4가지 향을 추출하고 '스멜 미(Smell Me)'라는 이름의 전시를 열어 사람들이 자신의 향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며 "사람의 체취 또는 향기는 다른 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에 현대 소비자들에게 향수에 대한 투자는 당연한 것이 됐다"고 설명했다.
◆'향기'…'개인 지향적'으로 변모
이런 소비성향으로 인해 앞으로 향기와 관련된 산업이 '개인'에 초점을 맞춰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향수 '레플리카'를 홍보하면서 향기가 개인의 기억·회상과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하는 콘셉트쇼를 보여줬다. '플라워마켓', '정원에서의 산책', '유원지에서의 저녁' 등의 이름을 가진 이 향수 라인은 향이 개인적인 과거의 흔적을 상기시키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아티스트 아이센 카로 차신(Aisen Caro Chacin)은 시간을 숫자가 아닌 향기로 알려주는 시계를 선보였다. 예를 들어 아침에는 커피 향, 점심에는 돈 냄새, 저녁에는 위스키 향, 밤에는 카모마일 향이 나는 식이다. 시계 속에 있는 화학 물질이 독특한 향기를 만들어 내어 익숙한 향기와 기억이 겹치면서 시간을 순간의 향기로 대체시킨 것이다.
또 향초 시장을 주목해 볼 필요도 있다. 향수가 타인에게 어필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향초는 개인의 정체성을 남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뿐 아니라 남이 보지 않는 공간에도 개인적인 삶을 꾸미는 도구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