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정당해산심판 사건에 대한 4차 변론에서 통합진보당 측 변호인과 재판관들 사이에 증거조사 방식을 놓고 언쟁이 오가면서 재판 진행이 일시 중단됐다.
이날 변론기일에서는 일심회·왕재산·조봉암 사건 재심 판결문 등 380여개 자료가 증거로 채택됐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기록은 추후 기일에 일괄적으로 증거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진보당 측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증거조사 과정에서 개별 자료마다 하나씩 의견을 개진했다. 절차 진행이 늘어질 것을 우려한 재판관들은 자료마다 일일이 설명하는 불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말고 생략할 부분은 생략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진보당 측 변호사는 "정당해산 사건에서 실질적 변론기회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이에 대해 박한철 헌재 소장은 "1700개가 넘는 증거를 물리적으로 다 언급할 수가 없다"며 "변론을 제한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하나하나 지엽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재판 진행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변호인들과 30분 넘게 이어진 논박 끝에 재판관들은 결국 일시 휴정한 뒤 증거조사 방식을 조정해 개별 증거에 대한 의견을 모두 듣기로 했다.
이날 변론에서는 증거로 제출된 1~429개 자료 중 380여개를 증거로 채택했다. 다만 예상보다 절차 진행이 늦어지면서 채택된 증거 가운데 100호증까지 밖에 증거 설명을 하지 못했다.
헌재는 22일 오전 10시부터 5차 변론기일을 열고 101호증부터 429호증까지 진행되지 못한 증거 설명을 마저 들은 뒤 980호증까지 증거에 대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