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의 IT도 인문학이다
요즘 숫자 1이 화제다. 유명인들이 1과 그럴듯한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초등학생도 다 아는 글로벌 스타 CEO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그의 지난해 연봉은 단돈 1달러였다. 우리 돈 1060원이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흔한 일이다.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도 그랬고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무려 10년 동안 1달러만 받고 있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대의 명분은 한마디로 "돈에 연연하지 않고 일에 매진하겠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흔히 듣는 "난 회사와 결혼했다" 정도 되겠다.
그런데 연봉 1달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구호가 마냥 선의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5억명의 회원이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페이스북을 1000원만 받고 경영한 저커버그만 해도 지난해 페이스북 주식 6000만주에 대해 스톡옵션을 행사해 33억 달러(약 3조5000억원)를 챙겼다.
잡스는 그의 부인에게 10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하는 유산을 남겼고 구글의 두 창업자는 각각 260억 달러(약 27조6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언론에서 워낙 "조" "조" 하니 다들 이 돈의 규모에 둔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 최고 부호인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자산이 10조원,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6조원, 최태원 SK회장이 3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집 등의 부동산을 제외하고 현금자산 10억원이면 지금부터라도 평생 놀고 먹어도 은행 예금 이자로 살 수 있다고 한다.
얼마 전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도 1을 강조했다. 서울 시장이 되면 '연봉 1만원'만 받겠다고 한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동창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연봉 1달러만 받은 데서 감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의원은 다음날 바로 민주당에 강펀치를 맞았다. 민주당은 "어이없다. 자신이 돈 많다고 자랑하는 꼴"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 의원의 자산은 2조원이다.
저커버그, 잡스, 페이지, 브린은 물론 정의원은 숫자 1을 내세워 일에 몰두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보통 사람들은 1이라는 숫자가 조 앞에 붙는 단순한 1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1희1비'한다. /경제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