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전 과제는 카드지갑 만들기다.
재단에 앞서 유년시절 데셍 수업을 연상케 하는 자르기 연습에 들어갔다. 하얀 스케치북이 검정색으로 변할 때까지 선을 긋듯 가죽에 자를 대고 자르고 또 잘랐다. 칼도 갈았다. 솜씨없는 목수가 연장 탓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뎌진 칼을 예리하게 만들어주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사는 설명했다.
이제 본격적인 실습이다. 공방 한켠에 놓여진 가죽들 중 마음에 드는 고등색 가죽을 골랐다. 가위를 이용해 필요한 만큼의 가죽을 잘랐다. 능숙한 사람은 형지에 칼질만 하면 되지만 초보자인 기자는 펜으로 윤곽선을 그린 다음, 특수용 자의 위아래에 고정 목적의 문진을 배치시킨 후에야 재단을 해낼 수 있었다.
다음 과정은 본딩이다. 바느질을 하기 전에 가죽을 임시로 접착하는 가접을 했다. 본드의 양이 과하면 가죽 사이로 본드가 분출해 지저분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본드와 본드가 만나는 부분을 망치를 이용해 압착을 했다.
아고스티노 가죽학교에서 기자가 실에 바늘을 통과시키고 있다 /손진영기자 son@
이후 가죽을 눌러 기준선을 표시하는 도구인 디바이더로 바느질이 지나갈 선을 만들었고 그 선을 기준으로 그리프와 망치를 이용해 바늘이 통과할 공간을 만들었다. '매의 발톱'이라는 뜻을 지닌 그리프는 가죽의 즐기고 단단한 특성 때문에 가죽공예에서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그 다음은 바느질 작업이다. 천연사를 비즈왁스로 문질러 마찰력을 강하게 만든다. 170년 전 왕실에 마구(馬具)를 납품했던 말 안장 꿰매는 방식인 새들스티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가죽용 바늘이 2개가 필요하다. 바느질하는 구간의 대략 3배 반의 실을 바늘에 꽂는다. 그러다 난관에 봉착했다. 얋은 실 사이를 바늘로 무려 세번을 통과시켜야 하는 데 도통 감을 못잡겠다. 우여곡절 끝에 바늘과 실을 연결시켰다. 이 부분을 초보자들이 가장 어려워 한다며 강사는 예상한 듯 답변했다.
마지막은 칼로 자른 가죽 단면을 페인트 계열인 엣지코트로 마무리하는 작업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였던 카드지갑을 장장 6시간을 투자해 완성하니 감회가 새롭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늘 갖고 다니던 휴대폰 케이스와 카드 지갑을 살펴본다. 바느질이 일정한 간격으로 이뤄졌는지, 엣지코트가 매끄럽게 균등하게 발라졌는지 이전에는 신경도 안썼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