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올해 1분기 국내 M&A 법률자문 시장에서 외국계 로펌들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반면 국내 로펌 대부분은 고질적인 '박리다매' 경향을 답습했다. 3년 뒤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국내 중소 로펌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미디어그룹 블룸버그는 최근 '대한민국 M&A 시장 리뷰'에서 외국계 로펌들이 지난 1~3월 국내 법률자문 시장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거래액 기준 상위 10위권 로펌 중 외국계가 6곳에 달했고, 이 중 심슨 대처 앤드 바틀릿이 2위, 프레시필즈 브루크하우스 데린저와 설리반 앤드 크롬웰이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위는 법무법인 세종·광장·태평양 몫이었다. 하지만 올해 태평양은 5위, 광장은 6위, 세종은 10위로 각각 순위가 밀렸다. 시장 점유율도 큰 폭으로 추락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해 1분기에 이어 1위를 유지했다. 거래액 88억달러로 2위의 77억달러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은 36.2%에서 31.9%로 소폭 하락했다.
거래액이 아닌 거래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국내 로펌들의 순위가 껑충 뛴다. 값싼 자문을 여러 건 맡았다는 뜻이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거래건수 1~7위는 모두 국내 대형 로펌이었다. 1위를 차지한 법무법인 광장은 거래액이 37억달러에 그쳤지만 거래건수가 32건으로 다른 로펌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김앤장이 27건으로 2위, 태평양이 14건으로 3위를 기록했다. 외국계 로펌의 약진과 함께 실속 없는 '박리다매'는 국내 로펌의 고질병으로 굳어지고 있다.
국내 로펌 한 관계자는 "외국계 로펌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 변호사를 고용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중소 로펌이 고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