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에 출연하는 장혁 /한제훈(라운드테이블)
배우 장혁(38)의 별명은 '바른 생활 사나이'다. 그간 출연한 작품에서 주로 강직한 이미지를 보여준 이유에서다. 실제 성격도 진지한 구석이 많아 그런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다. 그러나 이번엔 선생님과 여고생의 파격적인 멜로를 그린 '가시'(10일 개봉)로 대중과 만난다.
# 연기 틀 깨고 있다
'가시'는 평범한 일상을 살던 남자에게 찾아온 겁없는 소녀, 그리고 사랑이란 이름의 잔혹한 집착을 그린 서스펜스 멜로물이다. 장혁은 여고생 영은(조보아)에 대한 한 순간의 설렘으로 파멸로 치닫는 체육교사 준기 역을 연기했다.
이전과는 색다른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장혁은 이미지뿐 아니라 연기하는 방식에서도 변화를 줬다. 평소 공부하듯 분석하며 연기해 모범생 같은 배우로 잘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몇년 전부터 제 연기의 틀을 조금씩 깨기 시작했어요. 장르에 따라 연기를 편하게 놓고 가야 하는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 점들을 배우고 있는 중이랍니다. 상대역인 조보아씨에게도 김태균 감독님이 따로 공부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선배인 제가 가르칠 게 없었죠."
# 아직도 연기가 재미있다
드라마 '모델'로 데뷔해 '추노' '아이리스2'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올해 데뷔 19년차 배우가 된 장혁은 아직도 연기가 재미있다고 했다.
중 ·고등학교 시절 기계체조와 마라톤 선수였던 그는 "우연치 않게 운동을 하다가 배우가 됐고, 현장에서 연기를 경험하면서 즐거움이 쌓였다. 지금도 현장에 갈 때마다 배울 게 많고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은 밥 먹고 살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니 더욱 좋은 곳"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장혁은 연기를 사랑과 운동에 비유했다. "사랑은 관심을 가지면 더욱 깊어지잖아요. 운동도 노력해서 익숙해질수록 더 재미를 느껴요. 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특히 작품은 할 때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다르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그만큼 재미를 더 느끼게 돼요."
톱스타라 많은 시나리오를 받을 텐데도 굳이 들어오는 것만 앉아서 기다리지 않는 편이다. 그는 "회사에 자주 가는 편이다. 나한테 들어온 대본이 아니더라도 찾아보고 작품에 대한 안목을 넓힌다"고 말했다.
'가시'에 출연하는 장혁 /한제훈(라운드테이블)
# 가족에게 미안하다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장혁. 연기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지만 그를 둘러싼 많은 것들은 변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고, 그에 따라 작품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있어요. 작품을 시작하면 집에 잘 들어가지 못하니까요. 어릴 적 아버지가 건설 쪽에서 일해 사우디에 파견나가 있었기 때문에 1년에 얼굴을 많이 봐야 한 달이 고작이었어요. 그런 모습을 존경했지만 어린 나로선 아쉬웠죠. 내가 경험했기 때문에 더욱 미안해요."
그는 "데뷔 무렵인 20세 때와 지금은 외모뿐만 아니라 정서도 많이 변했다"면서 "예전엔 남자다운 캐릭터에 끌렸다면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부터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에 끌렸다. 지금은 특정한 것에 끌린다기보다는 연기하는 자체가 너무 좋다"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강조했다.·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